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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슈보카가리 솔직 리뷰: 회부터 트러플까지 청담동 요리주점의 매력

by 너랑나랑 여행길 2025. 4. 2.

시작하며

서울 강남구 청담동, 고급 식당이 즐비한 이곳에서도 최근 눈에 띄게 이름이 오르내리는 곳이 있다. 바로 슈보카가리다. 원래 오마카세 전문점이었지만, 지금은 단품 요리를 중심으로 운영하는 요리주점으로 변모했다. 하지만 오히려 이 변화가 전화위복이 되었는지, 예약은 1분 컷이라 불릴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이번 방문은 요리 전공자의 시선과 함께, 오마카세 경험이 많은 입장에서 단품 요리의 완성도를 찬찬히 들여다보기 위한 자리였다. 과연 그 명성만큼의 맛과 분위기가 있을까?

 

1. 실내 분위기와 기본 구성

카운터 중심의 좌석 구조는 오마카세 업장의 흔적을 보여주며, 9시 이후 소수 정원제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프라이빗한 분위기를 기대할 수 있다. 단품 요리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접시에 담긴 요리 하나하나에서 정성과 테크닉이 묻어난다.

주류는 필수 주문이며, 오토시(기본 전체요리)는 인당 한 접시씩 제공된다. 이날의 오토시는 익힌 채소와 닭고기를 짭조름한 감칠맛 소스에 버무려 쌀가루 튀김으로 마무리한 메뉴였다. 술과 함께 먹기에 적절한 짠맛의 균형이 인상적이었다.

 

2. 주요 메뉴 시식기

1) 흑점줄전갱이 숙성회

  • 기본 회로 제공되는 흑점줄전갱이는 초밥용 생선으로 유명하다. 적절한 숙성을 거쳐 부드럽고 기름진 식감과 감칠맛이 잘 살아 있었다.
  • 각기 다른 토핑(시트러스 껍질, 촉파 등)을 곁들여 동일한 생선을 다양한 조합으로 즐길 수 있게 했다는 점이 돋보였다.

2) 트러플 약기시 조세이

  • 구운 보고 정소와 트러플, 누룽지 국물 베이스가 어우러진 메뉴.
  • 크림 리조또처럼 고소하고 진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지며, 트러플 향이 자연스럽게 배어 있는 것이 특징이었다.
  • 백합과 관자 다이스도 포함되어 식감 면에서도 완성도를 높였다.

3) 운하 숯불 테마키

  • 김 위에 포르치니 버섯과 찰밥, 그 위에 숯불구이 민물장어를 얹은 구성.
  • 바삭한 장어 튀김 옷과 찰밥, 버섯의 조화가 뛰어났으며, 진한 양념과 고소한 장어의 맛이 잘 어우러졌다.

4) 트러플 아와비 카츠산도

  • 찐 전복을 튀겨 브리오슈 번 사이에 넣은 샌드위치.
  • 전복의 식감이 부드러움과 쫄깃함 사이에서 다소 어중간하다는 점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포인트였다.
  • 하지만 머스터드 소스, 트러플 향, 빵의 담백함이 조화를 이루는 구성이라는 평도 있었다.

 

3. 논란의 중심 메뉴들

1) 트러플 스키야키 온센타마고

  • 가격은 29,000원으로 높은 편이지만, 기존 스키야키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 트러플이 더해진 고급스러운 풍미와 섬세하게 익힌 채소, 그리고 부드러운 식감이 조화를 이뤘다.
  • 흔한 스키야키가 아니라 전체요리 개념으로 접근하면 이해가 쉬운 메뉴였다.

2) 후쿠켄터키

  • 보고살을 사용한 KFC 스타일의 튀김 메뉴.
  • 기름 냄새 없이 깔끔한 튀김옷과 일반 생선과는 다른 밀도 높은 살의 식감이 재미를 더했다.
  • 맛보다는 아이디어 측면에서 평가할 만한 메뉴였다.

 

4. 마무리 요리와 만족도

겨울 트러플 은대구 숯불구이 소밥은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다. 기름기 많은 은대구의 진한 풍미와 트러플 향, 된장 소스의 짭조름한 맛, 그리고 연어알의 터지는 식감이 어우러지며 ‘따뜻하고 진한 한 그릇’을 원하던 이들에게는 제격인 메뉴였다.

술안주로 적절하면서도 밥 자체의 완성도도 높아 만족스러웠다.

 

5. 가격과 전반적인 평가

가격대는 결코 저렴하지 않다. 특히 트러플이 들어간 요리는 2~3만원대가 기본이었고, 일부 고급 재료는 더 높은 가격대를 형성한다.

하지만 식재료의 원가율이 50%에 육박한다는 점, 그리고 오마카세 출신 셰프의 섬세한 요리를 보다 캐주얼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는 충분하다고 판단된다.

 

마치며

슈보카가리는 단순히 맛있는 식당이라는 한마디로 정리하기엔 아쉬운 곳이다. 단품 중심의 요리 주점이지만, 접시에 담긴 정성과 테크닉, 그리고 제철 수산물을 활용한 다양한 시도는 방문한 이들에게 새로운 미감을 전달하고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전복 카츠산도’가 아쉬울 수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스키야키’가 인생 메뉴일 수 있다. 그래서 이곳은 ‘모두가 좋아할 곳’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취향을 찾아보기 좋은 식당이라 할 수 있다.

비싸지만 신선한 재료와 요리의 조화를 믿고 시도해볼 만한 곳, 슈보카가리는 그런 매력을 지닌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