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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도쿄 여러 번 갔다면, 이번엔 시즈오카 가와즈 온천 여행

by 너랑나랑 여행길 2025. 3. 26.

시작하며

매년 일본 여행지를 고민할 때, 도쿄나 오사카처럼 익숙한 대도시는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한두 번 가본 후에는 좀 더 조용하고 덜 알려진 지역을 찾게 된다.그런 점에서 시즈오카현의 가와즈는 자연과 온천, 일본 전통 료칸의 정취를 모두 느낄 수 있는 곳으로, 특히 봄철 벚꽃 시즌이 시작되면 조용히 여행을 떠나기에 적절한 목적지다.이번 여행에서는 카와즈 사쿠라로 유명한 이즈반도 남쪽의 가와즈를 방문했으며, 벚꽃 개화 시기를 놓쳐 아쉬움은 있었지만, 그보다 더 인상 깊었던 료칸 숙박과 온천, 지역 먹거리, 관광지의 매력을 가득 담아온 여정이었다.

 

1. 시즈오카 가와즈, 벚꽃보다 먼저 온 고요함

가와즈는 일본에서 벚꽃이 가장 먼저 피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특히 '카와즈 사쿠라'는 2월 초부터 개화해 3월 초까지 장기간 동안 꽃을 피우는 벚꽃 품종이다.이번 여행은 2월 중순에 맞춰 계획했지만, 예년보다 2주 이상 늦어진 개화 시기로 인해 아쉽게도 만개한 벚꽃은 볼 수 없었다.도쿄 우에노에서 출발해 아타미에서 환승 후 가와즈에 도착하기까지 약 3시간 반.평소 벚꽃 시즌이라면 인파로 가득 찼을 열차와 역은 예상보다 한산했고, 도착 후 보이는 풍경은 기대와는 달리 아직 꽃봉오리도 열리지 않은 상태였다.하지만 유채꽃이 활짝 피어 있어 여행의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었고, 이즈반도의 바다와 풍경은 벚꽃이 없어도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2. 료칸 ‘카이유테이’에서의 하룻밤

벚꽃은 기대에 못 미쳤지만, 료칸에서의 숙박은 오히려 여행의 중심이 되었다.숙소는 '카이유테이'라는 료칸으로, 가와즈역에서 도보 7분 거리로 접근성이 좋았다.객실 내부는 전통 다다미 구조와 현대적인 침대가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었고, 오션뷰 창문을 통해 바다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료칸 내 온천 시설도 잘 갖춰져 있었으며, 실내탕과 노천탕이 각각 따로 마련되어 있었고, 남녀탕 교대제라 다양한 온천 시설을 모두 이용할 수 있었다.특히 바다를 바라보며 즐기는 노천탕은 일본식 온천의 매력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카이유테이 료칸 이용 팁

  • 가와즈역에서 도보 이동 가능 (7분 이내)
  • 리노베이션 완료된 깔끔한 객실
  • 모든 객실 오션뷰 (탁 트인 바다 전망)
  • 실내탕 + 노천탕 모두 운영 (남녀 교대제)
  • 온천 후 무료 음료 코너 제공
  • 로비에 어메니티 바와 유카타 셀렉션 있음
  • 숙박 요금: 2인 기준 약 4만엔 (한화 약 36만원선)

시설 외에도 료칸에서는 일본 특유의 ‘접객 서비스’가 인상 깊었다.체크인 시 따뜻한 환영과 함께 유카타를 고를 수 있었고, 로비에서는 간단한 게임과 음료를 즐기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3. 저녁 가이세키, 지역 식재료로 채워진 만찬

료칸의 묘미 중 하나는 가이세키 요리다.이번 숙소에서도 다양한 요리들이 코스로 제공되었는데,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담긴 음식 구성은 그 자체로도 여행의 큰 즐거움이 되었다.지역 특산물인 와사비를 활용한 요리부터 신선한 해산물, 구이 요리, 샤브샤브까지 식재료 본연의 맛을 잘 살려낸 조합이었다.특히 생와사비를 직접 갈아서 먹는 와사비동은 독특한 향과 감칠맛이 일품이었다.

가이세키 구성 예시

  • 전채 요리: 제철 나물과 야채 절임
  • 사시미: 이세새우 포함 신선한 회 모둠
  • 구이 요리: 윤기나는 돼지고기 샤브샤브
  • 밥: 생와사비, 가쓰오부시, 간장이 어우러진 와사비동
  • 국물: 지역산 된장으로 만든 따뜻한 국
  • 디저트: 계절 과일과 젤리

식사와 함께 마신 지역 니혼슈는 음식과의 궁합이 뛰어났고, 디저트까지의 전반적인 흐름이 깔끔하고 만족스러웠다.

 

4. 나나다루 산책, 폭포 사이로 걷는 힐링 코스

가와즈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명소가 바로 ‘나나다루’이다.‘나나(七)’는 숫자 7, ‘다루(滝)’는 폭포를 뜻하며, 말 그대로 일곱 개의 폭포가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자연 관광지이다.가와즈역 근처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하며, 편도로 약 25분 정도 소요된다.산책로는 전반적으로 잘 정비되어 있고, 초보자도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시원한 물소리와 함께 걷다 보면 몸과 마음이 자연스럽게 가벼워지는 느낌이 든다.

나나다루에서 만난 주요 폭포들

  • ① 데아이다루(出合滝): 작은 규모지만 산책 초입에 위치해 가볍게 들러보기 좋다
  • ② 카니다루(カニ滝): 이름처럼 게를 닮은 바위와 작은 수로가 인상적
  • ③ 오다루(大滝): 일곱 폭포 중 가장 큰 규모로, 폭포 소리와 물보라가 웅장하다
  • ④ 가메다루(亀滝): 거북이 형상을 닮은 암반 위로 떨어지는 물줄기
  • ⑤ 에비다루(海老滝): 붉은 색감의 바위가 새우를 연상시키는 곳
  • ⑥ 히야미즈다루(冷水滝): 이름처럼 차가운 물줄기가 인상적인 소형 폭포
  • ⑦ 카마도다루(釜滝): 깊은 소를 끼고 떨어지는 직각형 폭포

각 폭포마다 분위기가 다르고, 걷는 내내 숲속의 냄새와 차가운 물기, 돌길의 질감까지 생생하게 느껴진다.사진 촬영에도 좋은 장소가 많아 자연 풍경을 담기에도 제격이다.

 

5. 폭포 옆 노천탕, 조용한 힐링 공간

오다루 폭포 근처에는 온천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특히 나나다루 온천호텔의 노천탕은 자연 속에서 온천욕을 즐기기에 최적의 장소였다.시설은 약간 오래된 느낌이 있었지만, 그만큼 조용하고 복잡하지 않아 오히려 편안했다.물의 온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라 처음에는 놀랄 수 있으나, 잠시 후 몸이 적응되면 피로가 풀리는 느낌이 확연히 들었다.

나나다루 온천호텔 이용 포인트

  • 입욕료: 1,000엔
  • 수영복 착용 필수 노천탕 구역 있음
  • 야외 노천탕에서 폭포 소리를 들으며 휴식 가능
  • 사람이 많지 않아 조용히 쉬기에 적절

온천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관광지 주변의 자연 온천을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피로가 크게 줄어든다.

 

6. 고독한 미식가의 그 식당은 못 갔지만

가와즈에는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의 촬영지로 유명해진 식당이 있다.배우가 와사비동을 먹은 ‘카도야’라는 가게인데, 방송 이후 인기가 많아져 지금도 긴 대기줄이 생기는 곳이다.이번에는 아쉽게도 줄이 너무 길어서 입장하지 못했다.대신 근처의 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했는데, 오히려 기대보다 맛이 좋아 만족스러웠다.생와사비를 갈아 넣은 와사비동, 시원한 국물의 와사비소바 모두 향과 식감이 인상 깊었다.

대체 식당에서 먹은 메뉴 구성

  • 생와사비와 간장을 곁들인 와사비동
  • 차가운 와사비소바
  • 정식 구성: 밥, 장국, 튀김, 야채절임
  • 친절한 응대와 조용한 분위기

유명 맛집을 꼭 가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고, 오히려 여유롭게 식사할 수 있어 더 좋았다.

 

마치며

이번 시즈오카 가와즈 여행은 계획과는 조금 달랐지만, 그 나름대로 충분히 의미 있었다.기대했던 벚꽃은 아직 피지 않았고, 유명한 식당은 긴 줄로 인해 포기해야 했지만, 그 대신에 여유로운 료칸 생활, 질 좋은 온천, 그리고 자연과 함께한 산책은 충분히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도쿄에서 약간만 벗어나면 만날 수 있는 이런 소도시는 바쁘고 붐비는 여행에 지쳤을 때 다시 일본을 찾게 만드는 이유가 된다.자연, 전통 료칸, 온천, 현지 음식이라는 조합은 단순히 관광이 아닌 회복의 시간이 되어준다.다음에는 개화 시기를 잘 맞춰 벚꽃까지 제대로 즐기고 싶다.조용하고 여유롭게 일본을 느끼고 싶다면, 시즈오카 가와즈는 한 번쯤 가볼 만한 여행지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