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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다낭 박미안 시장, 현지인만 아는 진짜 로컬 먹거리 천국을 걷다

by 너랑나랑 여행길 2025. 12. 10.

처음엔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다낭에서 ‘한시장’은 대부분의 여행자가 한 번쯤 들르는 곳이다. 하지만 그 반대편, 관광객보다 현지 대학생과 동네 주민이 더 많은 시장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바로 박미안 시장(Chợ Bắc Mỹ An).
25 Nguyễn Bá Lân 거리, 응우하인선 지역에 자리한 이곳은 겉보기엔 평범하다. 하지만 막상 들어서면 공기가 다르다. 비닐 덮인 천막 아래로 습기와 향신료 냄새, 그리고 익숙한 듯 낯선 사람들의 목소리가 한데 섞인다.

 

비 오는 날이라 그런지 바닥은 약간 젖어 있었고, 상인들은 비닐로 덮은 좌판을 정리하느라 분주했다. 그래도 묘하게 생기 있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시장 같지만, 이상하게 “아, 이게 진짜 베트남이구나” 싶은 기분이 들었다.

 

50만동, 얼마나 살 수 있을까

오늘의 목표는 단순했다. 예산 50만동, 우리 돈으로 약 25,000원 남짓. 그 돈으로 시장을 얼마나 즐길 수 있는지 직접 체험해 보는 것.

 

먼저 과일 구역으로 향했다. 시장 초입부터 노란 바나나와 푸른 망고, 자주빛 망고스틴이 쌓여 있었다. 손에 닿자마자 껍질이 물렁한 망고스틴을 고르니 아주머니가 “좋은 거야” 하며 웃는다.
망고스틴 20만동, 시골 망고 5만동. 이미 절반 가까이 썼는데, 손에는 과일 두 봉지가 들려 있었다. 한국이었다면 상상도 못 할 가격이다.

 

조금 더 걸어가니 바나나 한 송이에 4만동. 크기가 손바닥만 한데 향이 강렬했다. 껍질을 까자마자 달콤한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이건 혼자 다 먹고 싶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시장 안쪽에서 찾은 현지인의 점심

시장 중심부로 들어가면 공기부터 달라진다. 생선과 고기, 향신료 냄새가 뒤섞여 진한 로컬의 향을 낸다. 그 중 ‘분(Bún)’을 파는 노점이 눈에 띄었다. 허름한 플라스틱 의자, 오래된 냄비, 그리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그릇. 메뉴판도 없고 가격표도 없다. 그냥 자리에 앉으면 알아서 한 그릇이 나온다.

 

국수 한 그릇 25,000동. 고기와 야채, 달짝지근한 양념이 어우러져 있다. 처음엔 낯선 향이 느껴졌지만 곧 익숙해졌다. 다만 빨간 소스를 욕심내서 넣었다가, 땀이 나고 눈물이 맺혔다. 매운 거에 강하다고 자부했는데, 그건 착각이었다.

 

그래도 그 맵고 달큰한 맛이 묘하게 중독적이다. 옆자리 대학생들은 국수를 비우며 큰 소리로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이 참 자연스러워 보였다.

 

박미안 시장의 하이라이트, 아보카도 아이스크림

배를 채운 후엔 시장 끝자락의 작은 아이스크림 가게로 향했다. 박미안 시장의 명물이라 불리는 ‘아보카도 아이스크림’을 파는 곳이다. 가격은 크기에 따라 2만~6만동. 내가 고른 건 두리안이 섞인 중간 사이즈, 3만동짜리였다.

 

코코넛 칩이 솔솔 얹히고, 그 밑에는 부드러운 아보카도 크림. 한 숟갈 떠먹자 입안이 고소하게 감겼다. 두리안 향이 약간 강했지만, 섞어 먹으니 묘하게 밸런스가 맞았다. 이런 건 사진으로 보면 평범한 초록빛 디저트지만, 직접 먹어봐야 아는 맛이다.
현지인들이 이걸 위해 굳이 시장을 찾는 이유를 그제야 알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들른 해산물 노점에서

시장 끝 구석에선 조개와 고동, 새우 같은 해산물을 팔고 있었다. 그중 ‘억북(ốc hút)’이라는 고동 요리를 권하길래 한 접시 주문했다. 작은 고동에 양념을 듬뿍 얹은 음식인데, 숟가락 대신 이쑤시개로 빼 먹는다. 짭조름하면서 매콤하고, 입안에 남는 향이 진하다. 맥주 한잔이 절로 생각나는 맛이었다.

 

한 끼, 한 디저트, 그리고 간식까지 모두 합쳐도 만 원 남짓. 이래서 현지 학생들과 주민들이 이 시장을 꾸준히 찾는다는 말이 실감 났다.

 

돌아보니 결국 사람 냄새 나는 시장이었다

박미안 시장은 화려하지 않다. 대신 사람 냄새가 짙다. 이곳에서는 흥정도, 웃음도, 그릇을 내어주는 손짓 하나까지 모두 자연스럽다. 한시장처럼 번쩍이는 간판도 없고, 외국인 눈치를 볼 일도 없다. 그냥 다낭의 평범한 하루가 흘러가는 곳이다.

 

다시 생각해보면, 여행의 진짜 재미는 이런 데 있는 것 같다. 비 오는 시장 골목을 걸으며 현지의 온기를 느끼는 것. 50만동으로 하루를 꽉 채웠던 그 경험은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았다.

 

결국엔 이 한마디로 정리된다.
“박미안 시장은, 다낭의 일상을 그대로 담은 가장 솔직한 여행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