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절대 먹을 수 없는 곳이었다
다낭의 밤공기는 유난히 습했다. 그날도 호텔 근처 안토안 거리를 걷다 보니 서양인들 음악 소리, 술잔 부딪히는 소리가 섞여 들렸다. 그 와중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한 골목 모퉁이, 그곳이 바로 치탄라멘이었다. 낮에는 문을 닫고, 오직 해가 진 후에만 문을 연다는 말이 있었다. 막상 찾아가 보니 정말 그랬다. 가게라고 하기엔 소박하고, 거의 노상 좌석에 가까운 구조였다.
메뉴는 단 하나, 그런데 충분했다
치탄라멘의 메뉴판은 놀라울 정도로 단순했다. 라멘은 오직 하나. ‘치탄라멘’뿐이었다. 대신 계란과 차슈 같은 토핑을 추가할 수 있었는데, 그마저도 가격이 저렴했다. 라멘 한 그릇이 9만9,000동, 한화로 약 5,000원대였다. 요즘 베트남 물가를 생각해도 믿기 어려운 금액이다. 토핑을 더해도 1만~2만동 정도였으니, 둘이서 배부르게 먹어도 26만동이 채 안 됐다. 값이 싸다고 맛이 떨어질 거라 생각했는데, 그건 완전히 오해였다.
첫 숟가락, 국물에서 바로 느껴졌다
라멘이 나오자마자 국물 색부터 달랐다. 조명 아래서 반짝이는 갈색 빛깔이 진했고, 한입 떠먹는 순간 ‘끈적하다’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진한 육수와 간장 베이스가 섞여서 갈비탕 국물처럼 깊은 감칠맛이 났다. 차슈는 얇게 썰렸지만 입에 넣으면 녹았다. 반숙 계란은 노른자가 살짝 흘러나오며 국물과 어우러졌고, 김에 싸서 먹으니 그게 또 별미였다. 사진으로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한 그릇 안에 모든 감칠맛이 농축돼 있었다. 다만 숙주 같은 고명이 없어서 약간 심심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 아쉬움이 오히려 이곳만의 정체성을 만든다고 해야 할까.
국물 한 방울 남기기 어려웠던 이유
그날은 유독 날이 선선했다. 바람이 불고, 거리의 소음이 적당히 들리던 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먹는 라멘은 이상할 정도로 위로가 됐다. 국물을 다 비워낼 때쯤엔 속이 따뜻하게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주문한 지 10분도 안 돼서 두 그릇이 비워졌다. 양이 살짝 적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딱 거기서 멈추는 게 좋았다. 한 그릇을 더 먹으면 묘하게 물렸을 것 같았고, 그래서인지 한 그릇의 여운이 더 길게 남았다.
다낭에서 밤늦게 출출하다면
치탄라멘은 낮에는 찾을 수 없는 곳이다. 주소는 52 Ngô Thì Sĩ, Bắc Mỹ An, Ngũ Hành Sơn, Đà Nẵng, 안토안 거리 중심에서 조금만 걸으면 나온다. 주차 공간은 따로 없지만 근처 숙소에서 걸어가기 좋은 거리다. 밤 8시에 문을 열어 자정 무렵까지 손님이 이어진다. 술 한잔 후 해장하듯 찾는 사람들도 많고, 현지 젊은 층도 자주 보였다. 배달은 없고 오직 매장 식사만 가능하다. 야외 테이블에서 먹는 특유의 분위기를 즐기려는 사람들 덕분이다.
돌아보면 그 한 그릇이 다였다
다낭에는 화려한 레스토랑도 많지만, 여행 중에 오래 기억에 남는 건 이런 소박한 한 끼였다. 치탄라멘은 규모도, 메뉴도 단순하지만 진심이 느껴졌다. 밤 늦은 시간, 그릇 바닥이 보일 때까지 국물을 떠먹으면서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졌다. 결국엔 이 한마디로 정리된다. “다낭의 밤엔, 치탄라멘 한 그릇이면 충분하다.”
치탄라멘의 위치를 지도에서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밤길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해외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방콕 여행에서 viabus로 버스와 썽태우까지 한눈에 본 이야기 (1) | 2025.12.08 |
|---|---|
| 구마모토 오구니마치 증기 마을, Nishizato에서 만난 따뜻한 하루와 소바 유신 (0) | 2025.12.07 |
| 다낭 미케비치 근처 ‘치도리 이자카야’, 굴튀김과 새우카레에 반한 저녁 (1) | 2025.12.05 |
| 끝없이 옮기던 디지털 노마드의 결론, 행복은 장소보다 관계였다 (1) | 2025.12.04 |
| 도쿄에서 살아보니 알게 된 일본 MZ의 진짜 식습관 (1) | 2025.1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