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그냥 흔한 이자카야일 줄 알았다
다낭 동부, 미케비치에서 조금만 안쪽으로 들어가면 조용한 골목에 ‘치도리 이자카야(Chidori Izakaya)’가 있다. 주소는 123 Châu Thị Vĩnh Tế, Bắc Mỹ Phú, Ngũ Hành Sơn, Đà Nẵng 550000 베트남으로, 택시 기사에게 “차우티빈떼 거리”라고 하면 대부분 알아듣는다. 가게 외관은 크지 않지만 일본식 목재 간판이 인상적이었다. 안으로 들어서면 일본 선술집 특유의 조명과 잔잔한 음악이 흐른다. 이국적인 분위기지만, 어딘가 낯설지 않았다.
메뉴를 펼치는 순간, 고민이 시작됐다
메뉴는 꽤 다양했다. 사시미, 꼬치류, 덮밥, 튀김, 카레까지 일본 이자카야 메뉴를 거의 다 갖추고 있다. 그날 내가 고른 건 굴튀김(₫109,000)과 새우카레(₫89,000), 그리고 생맥주 한 잔. 합쳐도 우리 돈 만원 남짓이었다. 처음 나온 굴튀김은 노릇노릇한 색감이 교과서 같았다. 한입 베어 물자마자 뜨거운 김이 올라오는데, 튀김옷이 두껍지 않아서 바삭한 식감이 그대로 살아 있었다. 굴 특유의 향이 과하지 않고 고소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튀김옷이 조금만 더 얇았으면 완벽했을 것 같다. 그래도 이 가격대에 이런 굴튀김을 다낭에서 맛본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새우카레 한입, 예상 밖이었다
두 번째로 나온 새우카레는 보는 순간부터 향이 달랐다. 진한 고동색, 일본 가정식 느낌이 물씬 나는 비주얼이었다. 밥 위에 당근, 감자, 새우가 큼지막하게 올라가 있고, 한 숟갈 떠서 입에 넣자마자 확실히 느껴졌다. “이건 그냥 일본이다.” 베트남식 커리보다 훨씬 진하고, 고체 카레 특유의 농도감이 있었다. 마치 일본 마트에서 사온 골든커리를 그대로 끓인 듯한 맛이었다. 살짝 매콤한 시치미를 뿌리니 밸런스가 완벽했다. 현지식보단 일본식 정통 카레를 그리워하는 사람이라면 정말 만족할 맛이다. 가격이 ₫89,000, 우리 돈으로 약 4,500원 정도였다. 이 퀄리티에 이 가격이면 단골이 될 수밖에 없다.
분위기는 가볍지만, 음식은 진지하다
치도리 이자카야는 관광객보다는 대학생이나 현지 젊은 직장인이 많이 찾는다. 근처에 경제대학교가 있어서 저녁이면 삼삼오오 모여 맥주 한잔하며 식사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맥주 가격은 ₫28,000. 우리 돈으로 1,500원 정도라 부담 없이 마시기 좋다. 가게 안쪽에는 작은 테이블 몇 개가 있고, 혼자 앉아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혼술하러 온 손님들도 꽤 많았다. 조명이 따뜻해서 그런지 혼자 앉아도 외롭지 않았다. 사진으로 보면 아마 조명색이 더 붉게 느껴질 텐데, 실제로는 은은한 호박빛이다.
다음에 간다면 이렇게 먹을 것 같다
처음엔 튀김과 카레로 가볍게 끝냈지만, 다음엔 사시미나 돈부리류도 한 번 먹어볼 생각이다. 특히 튀김이 전반적으로 튼튼한 편이라 덴푸라 세트도 괜찮을 것 같다. 다만, 베트남식 튀김가루 특유의 약간 거친 질감은 호불호가 있을 수 있다. 나는 그게 오히려 현지스러워 좋았다. 결국 다시 생각해보면, 이 가게의 매력은 ‘특별함’보다 ‘균형감’이었다. 일본식 정통 레시피와 베트남식 식재료가 적당히 섞여 있어서, 묘하게 현실적인 맛이 났다. 여행 중 하루 저녁, 비치에서 돌아와 조용히 맥주 한잔하며 마무리하기에 이보다 나은 곳이 있을까 싶다.
마무리하며
치도리 이자카야는 화려하지 않다. 하지만 다낭에서 일본식 한 끼를 찾는다면, 이만한 밸런스는 드물다. 가격, 분위기, 맛 — 세 가지가 모두 과하지 않게 조화된다. 다시 그 골목을 지나면, 아마 또 그 간판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돌아보면 이게 전부였다. “굴튀김 한입, 카레 한입, 그리고 조용한 저녁 한 시간.” 그게 다낭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다.
치도리 이자카야 위치를 지도로 확인하려면 위 지도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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