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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에미레이트 777-300ER 게임체인저 일등석 리뷰: 단 9대만 존재하는 비밀의 좌석

by 너랑나랑 여행길 2025. 3. 31.

시작하며

에미레이트 항공의 777-300ER '게임체인저' 일등석은 단순히 좌석이 아닌 '하늘 위 독립 룸'이라고 해도 과하지 않다. 퍼스트클래스를 운영하는 수많은 항공사 중에서도 단 9대에만 탑재된 이 좌석은 보기 드물 뿐 아니라, 각종 사양과 서비스 면에서도 독보적이다. 이번 여행에서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두바이로 향하는 일정 중 이 좌석을 직접 이용할 수 있었다. 기재 확인, 마일리지 발권, 탑승까지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지만, 결과적으로 그 모든 수고를 충분히 보상받을 만한 비행이었다.

 

1. 에미레이트 항공의 마일리지 발권과 유류할증료 분석

에미레이트 항공은 '스카이워즈(Skywards)'라는 자체 마일리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적립 방법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메리어트 본보이 포인트를 전환하거나 마일리지 구매를 통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여정에서는 메리어트 포인트를 전환해 마일리지를 충당했고, 브뤼셀-두바이-홍콩 구간 중 브뤼셀-두바이 구간을 게임체인저 기재로 선택했다.

  • 스카이워즈 마일리지는 국내 카드로 직접 적립 불가
  • 메리어트 본보이 포인트 전환 비율: 3:1 (60,000포인트 전환 시 5,000마일 보너스 추가)
  • 유류할증료는 고정이 아니며 발권 시점에 따라 큰 차이 발생
  • 쇼퍼 서비스(공항 픽업)는 마일리지 발권 시 적용 불가
  • 1등석 수요가 높고 기재도 희소해 기재 변동 가능성 항상 존재

결과적으로 총 141,500마일 + 세금 및 유류할증료로 발권했다. 저렴한 편은 아니지만, 게임체인저 일등석이 주는 가치를 고려하면 납득 가능한 수준이다.

 

2. 브뤼셀 공항 이용 및 라운지 체험

브뤼셀 도심에서 공항까지는 중앙역에서 기차로 약 20분. 자벤텀 공항은 규모는 크지 않지만, 동선이 직관적이고 혼잡하지 않아 이용하기 편했다. 에미레이트 항공은 브뤼셀 공항에서 자체 라운지를 운영하지 않고, 계약된 라운지로 안내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깔끔한 분위기였고, 뷔페 음식은 평범했지만 음료 종류는 잘 갖춰져 있었다. 다만 특이했던 점은 면세점 가격표가 ‘셍겐/비셍겐’ 구역에 따라 두 개씩 붙어 있다는 점이었다. 환율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는 굳이 쇼핑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

  • 에미레이트 자체 라운지: 없음
  • 계약 라운지: 일반적인 조식 수준의 음식 구성
  • 장점: 음료 다양성, 조용한 환경, 활주로 뷰
  • 단점: 음식 다양성 부족, 인테리어는 평이

 

3. 게임체인저 기재 탑승 전 확인사항

게임체인저가 탑재된 항공기는 보잉 777-300ER (레지 넘버 A6-EQJ 등)으로, 전체 9대만 존재한다. 탑승 당일에도 기재 변동 가능성이 있어 좌석 배치도와 항공편 정보를 수시로 체크해야 한다.

2025년 3월 기준 게임체인저 고정 투입 노선

  • 브뤼셀 (BRU)
  • 제네바 (GVA)
  • 런던 히드로 (LHR)
  • 도쿄 하네다 (HND)

변동 투입 가능 노선

  • 시카고 (ORD)
  • 리야드 (RUH)
  • 쿠웨이트시티 (KWI)

위 노선들은 일부만 고정이며, 스케줄 변경 시 다른 일반 1등석 기재로 변경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4. 일등석 좌석 구성 및 프라이버시

게임체인저 좌석은 1-1-1 배열로 구성되어 있고, 좌석마다 완벽하게 밀폐되는 스위트룸 구조를 가지고 있다. 기존 퍼스트클래스는 커튼이나 파티션 형태의 구획이지만, 이 좌석은 실제 문이 달려 있어 문을 닫으면 완전히 독립된 공간이 된다.

좌석 내부 구성

  • 대형 32인치 디스플레이
  • 개별 미니바 (비행 중 자동 리셋)
  • 화장대 및 거울, BYREDO 어메니티
  • 잠옷, 실내화, 파우치 제공
  • 방처럼 조절 가능한 조명과 온도
  • 창 없는 가운데 좌석에는 '가상 창문' 탑재

이 중에서도 가상 창문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고해상도 디스플레이가 좌우 벽면에 설치되어 있으며, 항공기의 실제 외부 모습을 중계한다. 실제 창문과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자연스럽고, 블라인드 기능까지 제공된다.

 

5. 기내 식사 서비스와 고급 주류 구성

탑승 직후에는 에미레이트 항공만의 전통적인 환영 서비스가 시작된다. 아라비아 커피와 대추야자, 그리고 웰컴 샴페인으로 기내 분위기를 차분하게 만들어준다. 게임체인저 일등석의 식사는 완전한 코스 형태로, 메뉴는 다양하고 수준도 높다. 특히 캐비어 서비스는 일등석의 상징처럼 느껴질 정도로 구성에 신경을 썼다. 실제로 국자로 푸듯 큼직하게 제공되며, 요청 시 추가 제공도 가능하다.

기내 식사 구성 예시

  • 에피타이저: 아미즈부시, 호두 소스와 미니 샐러드
  • 메인: 양고기 덮밥, 해산물 플래터, 비건 라비올리 등 다양한 선택지
  • 디저트: 바클라바, 치즈 플래터, 트러플 초콜릿
  • 음료: 생 민트를 활용한 민트티, 핫초콜릿, 바리스타 커피

이번 항공편에서 제공된 주요 주류

  • 샴페인: 돈 페리뇽
  • 화이트 와인: 코르통 샤를마뉴 그랑 크뤼
  • 레드 와인: 스미스 오 라피트
  • 위스키: 헤네시 파라디
  • 기타: 아포카토, 프랑스산 디저트 와인

기내에서의 다이닝 서비스는 마치 고급 레스토랑에 온 듯한 느낌이었다. 심지어 소금과 후추까지도 그라인더로 직접 갈아서 제공될 만큼 세세한 디테일이 느껴졌다.

 

6. 침대 모드와 공간 활용

좌석을 풀 플랫으로 전환하면 180도에 가까운 침대 형태로 바뀐다. 특히 매트리스 패드와 이불, 베개 모두 고급 호텔 수준의 촉감과 쿠션감을 갖고 있어 장거리 비행에서도 피로감이 거의 없었다.

수면 관련 구성

  • 고급 침구 세트 (부드러운 이불과 베개 포함)
  • 수면복, 실내화, 안대 제공
  • 독립 공조 장치로 온도 조절 가능
  • 조명 시스템: 별 조명, 앰비언트 라이트, 독서등 세분화

또한, 각 좌석 공간마다 다양한 수납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장시간 비행에 필요한 물건들을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었다. 옷을 걸 수 있는 캐비닛, 작은 파우치와 기내용 슬리퍼를 넣을 수 있는 팔걸이 수납함, 책과 태블릿을 넣어둘 수 있는 포켓 등이 갖춰져 있었다.

 

7. 스위트룸의 세부 기능과 장치

게임체인저 일등석은 ‘방’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독립성이 뛰어나다. 좌석마다 도어가 있어 프라이버시가 완벽하게 보장되며, 이 문은 수동과 전동 방식으로 여닫을 수 있다.

주요 컨트롤 시스템

  • 태블릿 리모컨: 좌석 조정, 조명, 온도, 식사 요청 가능
  • HDMI 포트, USB-C 포트, AC 충전포트
  • 대형 거울과 조명 스위치, 블라인드 조절 장치
  • 쌍안경 제공 (가상 창문 감상용)

또한, 벽면에는 에미레이트를 상징하는 ‘가프 트리’ 문양이 새겨져 있고, 좌석 외부와 내부를 모두 우드톤 마감재로 마감하여 시각적인 고급스러움도 갖추고 있었다.

 

8. 와이파이 품질과 기내 엔터테인먼트

와이파이는 탑승 후 승무원이 직접 설명해주는 방식으로 접속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은 다소 불편했다. 시스템 자체가 직관적이지 않고, 연결 후에도 속도가 느려 영상 시청은 사실상 어려웠다.

기내 엔터테인먼트 정리

  • 대형 디스플레이(32인치 이상)
  • 바워 앤 윌킨스 노이즈 캔슬링 헤드셋
  • 다국어 자막 및 오디오 선택 가능
  • 라이브 맵 및 항공기 외부 카메라 화면 제공

반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은 대형 스크린과 고음질 헤드셋이 결합돼 몰입감이 높았다. 개인 취향에 따라 영화, 음악, 게임 등을 즐길 수 있고, 언어 옵션도 다양하다.

 

9. 아쉬웠던 점과 개선 가능성

게임체인저 일등석은 거의 모든 측면에서 인상적이었지만, 완벽하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특히 물리적인 한계를 느낄 수 있었던 부분은 다음과 같다.

  • 와이파이 품질: 접속이 번거롭고 속도가 매우 느림
  • 화장실 규모: 인테리어는 훌륭하지만 A380 대비 협소함
  • 기재 배정 불확실성: 출발 직전 일반 기재로 변경될 가능성 존재

이 외에도, 가상 창문은 낮 시간대에는 실제 창문처럼 보였지만, 밤이 되면 화면 밝기 차이로 인해 다소 어색한 느낌이 있었다. 물론 가상 창문 자체가 워낙 획기적인 기술이기 때문에, 이를 단점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마치며

에미레이트 항공 777-300ER 게임체인저 일등석은 지금까지 경험한 어떤 일등석보다 공간, 서비스, 기술 면에서 인상 깊었다. 단 9대에만 장착된 좌석이라는 희소성은 물론, 하드웨어의 퀄리티와 소프트웨어적 응대가 모두 높은 수준이었다. 단순히 넓고 편한 좌석을 넘어, 실제 방처럼 밀폐된 구조, 섬세한 조명 설계, 고급 어메니티까지 갖춘 이 좌석은 일등석의 기준을 새롭게 정의했다고 해도 과하지 않다. 물론 와이파이나 화장실 등 일부 개선이 필요한 요소도 있었지만, 그 외 모든 요소에서 높은 만족감을 주었다. 특히 승무원들의 자연스러운 응대와 미리 준비된 서비스는 그동안 축적된 경험의 결과로 보였다. 이런 좌석을 다시 타기 위해 브뤼셀이나 제네바 노선을 일부러 찾아볼 이유는 충분하다. 비행 자체가 하나의 휴식이자 경험이 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