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를 가로지르는 낭만 열차, 스위스 빙하특급 체험기

시작하며

스위스는 자연 그대로의 경관과 정교한 인프라가 조화를 이루는 나라로, 여행자에게 늘 새로운 인상을 남긴다. 특히 '빙하특급(Glacier Express)'은 스위스의 정수를 고스란히 담아낸 교통수단이자 관광 코스이다. 빠르게 달려야 할 이유가 전혀 없는 이 열차는 알프스의 대자연 속으로 천천히 들어가며, 여행자들에게 충분한 감상의 시간을 준다. 이번 여행은 쿠어(Chur)에서 체르마트(Zermatt)까지 이어지는 빙하특급 탑승, 체르마트 마을 구경, 알프스의 상징 마테호른 감상, 그리고 퐁뒤 식사와 고르너그라트(Gornergrat) 전망대 방문으로 이어졌다.

 

1. 빙하특급(Glacier Express) 탑승기

91개의 터널과 291개의 다리를 통과하며, 8시간 동안 알프스를 가로지르는 빙하특급은 단순한 기차 여행이 아닌 '경험 그 자체'이다.

1) 빙하특급 노선 개요

• 출발역: 쿠어(Chur) 또는 장크트모리츠(St. Moritz)
• 도착역: 체르마트(Zermatt)
• 총 거리: 약 290km
• 소요 시간: 약 8시간
• 운행 속도: 평균 시속 36km

이 기차가 ‘세계에서 가장 느린 특급열차’라 불리는 이유는 풍경을 천천히 감상할 수 있도록 일부러 속도를 줄였기 때문이다.

2) 파노라마 창의 감동

빙하특급의 가장 큰 매력은 천장까지 이어지는 대형 유리창이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알프스의 설경, 깊은 협곡, 초록빛 평야, 고산의 마을들은 그 자체로 예술이다. 특히 구불구불한 라인강의 발원지와 란트바서 다리(Landwasser Viaduct)를 지나는 장면은 하이라이트 중 하나다.

3) 기차 안에서의 서비스

• 1등석과 2등석: 좌석 간 간격 차이가 있으며, 1등석은 보다 넓고 고급스럽다.
• 식사 서비스: 사전 예약 시, 기차 내 식사 가능 (3코스 메뉴 or 단품 선택 가능)
• 오디오 가이드: 경유 지점별 설명 제공

열차는 점심시간 즈음에 메인 요리를 제공하는데, 이날은 돼지고기 커틀릿과 감자요리가 나왔다. 창밖을 감상하며 먹는 식사는 마치 이동식 레스토랑에서의 식사처럼 여유롭고 인상 깊었다.

 

2. 체르마트 도착과 마테호른 첫 대면

체르마트는 자동차 진입이 금지된 마을로, 전기차나 마차 같은 대체 교통수단만 운행된다. 이는 마을 전체를 조용하고 깨끗하게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1) 마테호른, 스위스의 상징

• 높이: 4,478m
• 형태: 정삼각형 형태의 피라미드형 봉우리
• 의미: 체르마트의 수호신처럼 마을 어디서든 보이는 존재

사진으로만 보던 마테호른은 실물로 마주하니 압도적이다. 날씨가 좋을 때는 정말 선명하게 보이고, 운이 좋으면 아침이나 해질 무렵 황금빛으로 물든 마테호른도 감상할 수 있다.

 

2) 체르마트 마을의 특징

• 전통 가옥: 통나무 창고 형태의 오래된 건물들이 많고, 기초 부분은 넓은 돌로 지지해 동물 침입을 막았다.
• 거주민들의 노력: 환경 보호를 위해 화석연료 차량을 차단하고, 지속 가능한 관광을 유도하고 있다.

 

3. 체르마트 명물, 치즈 퐁뒤

스위스 전통요리인 퐁뒤는 체르마트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즐길 거리이다. 식당마다 퐁뒤 맛이 조금씩 다르고, 사용하는 치즈의 종류나 조리 방식에 따라 풍미가 달라진다.

1) 퐁뒤의 기본 구성

• 기본 치즈: 에멘탈(Emmental), 그뤼에르(Gruyère) 등
• 곁들임: 바게트빵, 감자, 피클, 채소 등
• 조리 방식: 치즈를 백포도주와 함께 녹인 뒤 촛불로 유지

2) 먹는 법과 팁

• 빵을 포크에 꽂아 치즈에 푹 담근다.
• 바닥에 눌어붙는 치즈는 ‘라 크루트(la croûte)’라 불리며 별미다.
• 빵을 떨어뜨리면 벌칙이 있다는 유머도 있다.

 

4. 고르너그라트 산악열차 탑승기

체르마트에서 마테호른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방법은 바로 고르너그라트(Gornergrat) 산악열차를 타는 것이다. 해발 3,089m의 고르너그라트 전망대까지 올라가는 이 열차는 전 세계 최초의 전동 톱니바퀴 산악철도로, 지금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1) 고르너그라트 열차 정보

• 출발역: 체르마트역
• 도착역: 고르너그라트역
• 총 소요 시간: 약 33분
• 톱니바퀴 구조: 가파른 산악 지형을 오를 수 있도록 중앙에 톱니 기어가 설치되어 있음

열차는 출발과 동시에 천천히 고도를 높이며 숲길을 지나고, 눈이 점점 많아지는 고지대로 이동한다. 이동 중 알프스 봉우리들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낸다.

2) 전망대에서 만난 풍경

• 마테호른 정면 조망: 날씨가 맑다면 마테호른의 정면 실루엣을 선명하게 볼 수 있다.
• 구름과 산봉우리의 드라마: 흐렸던 날씨도 갑작스레 바람이 불며 시야가 트이기도 한다.
• 고르너 빙하: 14km 길이의 빙하가 흐르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숨을 멈추게 한다.

3) 전망대에 있는 호텔

고르너그라트 전망대에는 숙박 가능한 호텔도 있다. 이곳에서 하룻밤을 보내면 일출과 일몰, 별이 가득한 밤하늘까지 감상할 수 있어 특별한 추억을 남기기에 적합하다.

 

5. 체르마트에서 만난 자연과 동물들

체르마트의 또 다른 매력은 조용한 마을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동물들과 깨끗한 자연이다. 관광객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마을은 질서 있고 정돈되어 있으며,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1) 얼굴만 까만 양떼들과의 조우

체르마트 외곽에서는 특별한 양들을 볼 수 있다. 얼굴 부분만 검고 몸은 흰 털로 덮인 양들은 인형 같은 외모로 많은 관광객의 사랑을 받는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아 다가가면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2) 맑은 계곡물

마테호른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마을을 지나 계곡으로 흐른다. 이 물은 식수로도 사용할 수 있을 만큼 맑고 깨끗하다. 더운 날씨에는 계곡가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잠시 쉬는 것도 여행의 큰 즐거움 중 하나다.

 

6. 여행 팁: 스위스 빙하특급과 체르마트 제대로 즐기는 방법

아래는 실제 여행자 입장에서 체감한 팁들을 리스트로 정리해봤다.

🔹 빙하특급 이용 시 꿀팁

• 사전 예약 필수: 특히 성수기에는 좌석이 빠르게 매진됨
• 1등석 vs 2등석: 창가 좌석에서의 풍경 감상은 압도적
• 도시락 대신 식사 예약: 기차 내 식사는 비싸지만 풍경과 함께하면 충분히 만족스러움
• 오전 출발 추천: 하루 종일 여행할 계획이라면 오전 출발이 좋음

🔹 체르마트에서 할 수 있는 것들

• 전망 좋은 레스토랑 이용
• 마테호른이 잘 보이는 포인트: 퓬트(Pfump) 다리, 로텐보덴 역
• 전통가옥 골목 산책
• 양떼 만나기: 마을 외곽 산책로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음

🔹 퐁뒤 맛집 고르기

• 치즈 종류 확인: 에멘탈과 그뤼에르 조합이 가장 무난
• 예약 여부 확인: 저녁 시간엔 대기 시간이 길 수 있음
• 바닥 치즈 즐기기: 마지막 눌어붙은 치즈는 꼭 숟가락으로 긁어 먹을 것

 

마치며

이번 여행은 단순히 경치를 보기 위한 일정이 아니었다. 오히려 자연의 흐름에 맞춰 천천히 움직이고, 오랜 시간 눈과 마음에 풍경을 담는 경험이었다. 빙하특급의 느림은 불편함이 아닌 '여유의 가치'를 상기시켜 주었고, 체르마트는 일상에서 벗어난 고요한 시간과 함께 진짜 쉼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장소였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마테호른 정상이 구름 사이로 고개를 내밀던 그 순간이 또렷하게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