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1894년, 프랑스에서 막 한국으로 건너온 한 신부가 있었다. 그가 선택한 첫 사목지는 여주 부엉골. 그의 이름은 임 가밀로 신부였다. 어머니가 물려준 기적의 패, 그리고 프랑스에서 공수한 루르드 성모상을 품고 들어선 한국 땅에서, 그는 단순한 사목을 넘어 ‘기적의 순례지’라 불릴 성지를 세우게 된다.
1. 임 가밀로 신부가 처음 한국 땅을 밟았을 때
(1) 어머니의 기도와 함께 가져온 성물들
신부님은 한국에 오면서 두 가지 중요한 성물을 챙겼다.
- 기적의 패: 위기 때마다 땅에 묻으며 간절히 기도한 신앙의 상징.
- 루르드 성모상: 프랑스에서 직접 제작된 것으로, 현재 감곡 성당 제대에 모셔져 있다.
이 성물들은 이후 감곡 매괴성당의 신비로운 상징이 되었다.
(2) 성당 이름 ‘매괴’에 담긴 의미
매괴는 단순히 예쁜 이름이 아니다.
- 해당화(장미과 식물)에서 유래된 낙엽관목 이름
- 묵주의 중국식 표현으로, 성모 신심을 상징하는 말
2. 일제강점기와 전쟁 속에서도 지켜낸 성모상
(1) 6.25 전쟁 중 기적처럼 살아남은 성모상
6.25 전쟁 당시 북한군은 성당 성가대석에서 성모상을 향해 총을 발사했다.
- 첫 총격: 성모상에 직접 총을 쐈으나 산산조각 나지 않음
- 이후 6발 추가 발사 → 몸에 7곳 총상 발생
- 마지막엔 망치까지 들고 올라가려던 병사 앞에서 성모상이 눈물을 흘리며 빛을 발함
- 놀란 병사가 땅에 넘어졌다는 전언이 있음
이 성모상은 이후 ‘성모 7고를 상징하는 성모상’으로 불리게 된다.
(2) 지금도 성당 제대 위에 그대로 남은 성모상
- 총알 구멍 7개가 그대로 남아 있음
- 순례자들은 이 앞에서 침묵으로 기도
- 단순한 조각상이 아닌, 기적이 새겨진 신앙의 표상이 됨
3. 감곡 매괴성당, 한 신부의 삶으로 이루어진 기도의 터전
(1) 신부님이 남긴 말 한 마디
성당 앞, 임 가밀로 신부님의 동상에 새겨진 문구가 있다.
- “나는 여러분을 만나기 전부터 사랑했습니다.”
이 말은 신자들에게 큰 위로가 되었고, 나에게도 진한 여운을 남겼다.
(2) 작은 박물관에서 만나는 성당의 시간들
지금은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는 1934년 사제관.
- 임 가밀로 신부 관련 유물들
- 성당 건립 관련 문서와 유품
- 다락방에 숨은 ‘성체 조배실’: 몸을 구부려야 들어갈 수 있는 조용한 기도처
나는 이 조배실에서 잠시 앉아 기도했고, 세상과 단절된 듯한 고요함이 깊게 남았다.
4. 성모광장에서 만난 평온한 위로
(1) 신사 건립을 막아낸 ‘기적의 패’
1943년, 일제는 이곳에 신사를 세우려 했다.
- 임 가밀로 신부는 어머니에게 받은 기적의 패를 땅에 묻고
- 성모님께 간절한 기도를 드림
- 일본 측은 물러나고, 그 뜻을 기려 1955년 매괴 성모광장이 조성됨
(2) 광장 안쪽에서 만난 경당과 동굴 속 성모상
- 조그만 경당: 성모님께 직접 기도할 수 있는 공간
- 동굴 속 성모상: 멀리서도 보일 만큼 조용한 존재감
- 묵주를 두고 간 이들의 기도 흔적들
5. 순례자에게 열려 있는 조용한 쉼터
(1) 매괴 순례지에서 잠시 머물 수 있는 공간들
성지 내에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쉼과 묵상의 장소들이 있다.
- 피정의 집: 조용히 머물며 기도할 수 있는 숙소
- 작은 카페: 자율 봉헌함에 커피값을 넣는 공간
- 성물 판매소: 묵주와 작은 성물들을 판매 중
(2) 대중교통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접근성
- 동서울터미널 → 감곡: 약 2시간 이내
- 감곡 장호원 시외버스터미널에서도 가까움
- 자가용 없이도 성지 방문 충분히 가능
마치며
이곳은 단순한 순례지가 아니라, 한 신부의 인생 전체가 깃든 공간이었다.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이야기가 더 많은 곳. 성모상에 새겨진 7개의 총상, 다락방의 조배실, 묵주를 들고 올라간 순례자의 발자국. 그 모두가 신앙의 역사다.
감곡 매괴성모순례지는 하루 머물다 가기엔 아쉬운 곳이다. 단순히 믿음을 가진 사람만을 위한 장소가 아니다. 기도와 고요, 그리고 한 줄 문장으로 위로받고 싶은 모든 이에게 열린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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