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해외여행

대만 가오슝 근교 스총시 온천여행, 왕복 6시간도 아깝지 않았던 하루

by 너랑나랑 여행길 2025. 3. 22.

시작하며

대만 남부의 도시는 따뜻한 기후와 활기찬 도시 풍경으로 여행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지역이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도시의 화려함을 잠시 뒤로하고, 조금 더 조용하고 깊이 있는 시간을 보내고자 선택한 여정이었다. 목적지는 대만 4대 온천 중 하나로 알려진 핑둥현의 '스총시(四重溪)'. 온천욕 90분을 위해 왕복 6시간을 달려야 했지만, 그 긴 여정은 오히려 더 많은 풍경과 감정을 안겨주었다.

 

1. 여정의 시작: 미려도역에서 출발

미려도역(Formosa Boulevard Station)은 가오슝에서도 가장 중심적인 지하철 환승역 중 하나다. 아침 일찍부터 사람들이 북적이고, 대만을 방문한 외국인들 역시 많이 보였다. 이 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아름다운 지하철역’이라는 타이틀이 있을 정도로 건축적으로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플랫폼에 서서 레드라인 열차를 기다리며 오늘의 목적지를 다시 되새겼다. 목적지는 핑둥현의 스총시, 그 중에서도 ‘청천일식온천관’이라는 곳이다. 버스와 지하철, 도보를 반복해야 도달할 수 있는 코스였다.

- 출발지: 미려도역 (Formosa Boulevard Station)
- 노선: 레드라인 → 처청(車城) 이동 → 스총시(四重溪) 행 버스 환승

지하철은 약 40분 정도 소요되었고, 이후에는 다시 외곽으로 나가는 시외버스를 타야 했다.

 

2. 처청 도착, 버스 환승 대기

처청에 도착했을 때 느낀 첫인상은 ‘시골’이었다. 대만의 중심가를 벗어나자마자 공기가 달라졌고, 거리는 한적해졌다. 다만 버스 시간표가 정확하지 않아 걱정이 많았다. 구글맵상으로는 1시간 후에나 다음 버스가 온다고 되어 있었지만, 실제로는 시간표에 맞춰 칼같이 도착했다.

버스는 시골 마을 특유의 감성을 그대로 담고 있었고, 외관은 투박했지만 내부는 관광버스처럼 넓고 높았다. 승차 후 약 20분 정도가 지나자 드디어 스총시에 도착했다.

✔️ 한눈에 보기: 이동 요약

구간 소요 시간 특징
미려도역 → 처청 약 40분 레드라인 지하철 이용
처청 버스 대기 약 20분 시간표와 일치하는 정시 버스
처청 → 스총시 약 25분 관광버스 개조형 시외버스

 

3. 스총시 도착, 청천일식온천관으로

스총시는 작은 온천 마을이었다. 마을 초입에서는 사람도 거의 보이지 않았지만, 온천 시설이 가까워질수록 인파가 많아졌다. 그만큼 이 지역이 온천 관광지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예약한 곳은 ‘청천일식온천관(清泉日式溫泉館)’. 일본식 정원 구조와 개인탕 시설이 마련된 곳이었다. 입구에 들어서자 따뜻한 증기와 함께 나무 향이 은은하게 퍼졌다.

온천 이용 요약

  • 이용시간: 90분
  • 형태: 개인실 온천탕
  • 물 온도: 약 40~42도
  • 비용: 약 800~1,000대만달러(한화 약 35,000원~45,000원 수준)

처음 탕 안으로 들어갔을 때 찬 바람에 움츠러든 몸이 천천히 풀리는 느낌이었다. 바닥은 미끄럽지 않게 되어 있었고, 물은 맑고 깨끗했다. 개인탕이었기 때문에 주변을 신경 쓰지 않고 편하게 몸을 담글 수 있었다.

찬물과 온천수가 함께 나오는 구조로, 교차욕도 가능했다. 그러나 당시 대만 기온이 영상 14도 정도로 떨어져 찬물은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40대 부부의 관절과 피로에는 뜨끈한 온천수만으로도 충분했다.

 

4. 온천 후, 대산양육로에서 점심 식사

온천욕을 마치고 나니 속을 든든하게 채워줄 점심이 간절했다. 근처에서 찾은 식당은 ‘대산양육로(大山羊肉爐)’. 이름 그대로 양고기 요리 전문점이다. 평소 한국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양고기 요리는, 대만 남부에서는 제법 흔하게 볼 수 있다.

식당 내부는 현지인들로 가득했고, 양고기 국물 요리는 진한 향이 특징이었다. 약간의 냄새가 느껴지긴 했지만, 고기가 부드럽고 국물이 깊어 양고기 특유의 풍미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괜찮은 선택이었다.

대산양육로 음식 요약

  • 주요메뉴: 양고기 전골, 양고기 장조림
  • 가격대: 1인 기준 150~250대만달러 (한화 약 7,000원~11,000원)
  • 추천 포인트: 진한 육수, 독특한 향신료 조합

 

5. 돌아가는 길, 그리고 버스기사님의 깜짝 선물

스총시에서의 짧은 90분 온천욕을 마치고 나오는 길. 다시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으로 향했다. 이미 어느 정도 피로가 쌓인 상태였지만, 의외의 순간에 기분 좋은 일이 하나 생겼다.

버스 기사님이 탑승할 때부터 한국인이냐고 물어보더니, 내리기 직전에 갑자기 도넛 2개를 건네주신 것이다. 정식 간식도 아니었고, 무언가 특별한 이벤트도 아니었지만 그 소소한 친절이 꽤 인상 깊었다. 대만의 정 많고 따뜻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도넛은 갓 구운 듯한 질감이었고, 설탕이 과하게 묻어있지 않아 부담 없이 먹기 좋았다. 버스 안에서 받은 도넛을 하나씩 먹으며 창밖을 바라보는 시간은, 이번 여행 전체를 되돌아보는 조용한 여유를 만들어줬다.

 

6. 예상 밖의 장거리 귀가

문제는 귀가 시간이었다. 돌아가는 버스가 정체를 만나면서 1시간 30분이면 도착할 거라 예상했던 구간이 140분 이상 걸려버렸다.

몸은 이미 지쳐 있었고, 좌석에 앉아있는 시간도 점점 더 피로하게 느껴졌다. 쭈잉역에 도착해서는 다시 지하철을 갈아타고 미려도역으로 가야 했다. 이동만 6시간이 넘는 이날의 일정은 단순한 ‘온천 여행’이라는 말로는 설명되지 않을 정도였다.

도착한 시간은 오후 6시 직전. 오전 7시에 출발했으니, 무려 11시간 가까이 이동과 체험에 집중한 하루였다.

 

7. 저녁식사: 등사부공부채에서 하루 마무리

집에 도착한 후에는 잠깐 쉬었다. 워낙 장시간 이동을 한 탓에, 소파에 누운 순간 그대로 잠이 들 뻔했다. 하지만 출출함은 피로보다 먼저 찾아왔고, 결국 다시 외출해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다.

찾아간 곳은 '등사부공부채(鄧師傅功夫菜)'. 가오슝에서 꽤 잘 알려진 식당으로, 중화요리 스타일의 메뉴 구성이 중심이다. 깔끔한 내부, 다양한 요리 구성, 그리고 무난한 가격대 덕분에 저녁식사 장소로 적절했다.

주문한 메뉴는 채소볶음, 돼지고기 튀김, 해산물 볶음요리 등 다양하게 구성되었고, 짜지 않게 간이 맞춰져 있었다. 하루 종일 고생한 끝에 먹는 저녁이라 그런지, 평소보다 더 맛있게 느껴졌다.

 

마치며

온천 90분을 위해 하루를 몽땅 투자한 셈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이 여행은 단순히 ‘온천’이라는 목적만으로 설명할 수 없었다.

기차역에서 마주친 사람들, 정확하게 도착한 버스, 따뜻한 물 속의 온기, 점심시간에 먹은 양고기, 그리고 선물처럼 받은 도넛 하나. 모든 것이 여행의 일부였고, 그 날 하루가 특별하게 남게 만들었다.

스총시는 관광지로 과하게 개발되지 않아 오히려 더 자연스럽고, 마을의 공기와 분위기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고생스럽긴 했지만, 다시 한 번 간다면 이번에는 하루 숙박을 곁들여 여유 있게 다녀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루 종일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은 오히려 가볍고 따뜻했던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