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오륜대 순교자성지 방문기: 한국 순교역사의 깊이를 만나는 시간

시작하며

부산 금정구에는 그 이름만으로도 숙연해지는 장소가 있다. 바로 오륜대 순교자성지이다. 천주교 신자들에게는 깊은 의미가 있는 성지이고, 역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기억해야 할 공간이다. 이곳에는 1868년 무진박해 당시 순교한 8분의 묘소와, 한국 순교 성인 26위의 유해가 안치된 순교자 성당, 그리고 한국순교자박물관이 함께 있다.

이번 글에서는 필자가 직접 방문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신앙적 깊이와 역사적 의미가 공존하는 오륜대 순교자성지의 핵심 포인트들을 정리해 소개한다. 가족 단위의 방문객부터 천주교 신자, 역사 애호가까지 모두에게 인상 깊은 장소였기에, 실제 방문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정보와 후기를 함께 담아봤다.

 

1. 오륜대 한국순교자박물관

✔ 박물관 개요 한눈에 보기

항목	내용
위치	부산시 금정구 오륜대로 106-1
운영기관	한국순교복자수녀회
설립 연도	1946년 (성 김대건 신부 순교 100주년 기념)
주요 전시물	순교자 유물, 교회사 자료, 민속자료 등
운영 시간	별도 안내 없음 (전화 문의 권장)
문의 전화번호	051-583-2923

박해 시대의 기록을 담은 전시 공간

오륜대 한국순교자박물관은 박해 시대의 순교자 유물과 한국 천주교의 흐름을 보여주는 교회사 자료 등을 전시하고 있다. 내부는 시대별로 구성되어 있어, 한국 천주교의 형성과 박해의 과정을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있도록 배치되어 있다.

 

친절한 해설로 더욱 깊어진 이해

관람 당시, 친절한 문화재 해설사께서 함께 동행해 유물에 담긴 이야기와 배경을 상세히 설명해주셨다. 특히 교수형 기구와 김대건 신부 관련 유품 등은 단순 전시가 아니라 그 시대의 고통과 신념을 체감하게 하는 요소였다.

 

2. 순교자 성당 내부 분위기

묵상과 기도에 집중된 구조

성당 내부는 소박하고 차분했다. 일반 성당과 달리 화려한 장식보다 순교자의 유해를 기리는 공간으로서의 의미가 강조되어 있었으며, 기도와 묵상을 위한 구조로 설계되어 있었다.

성인의 동상이 맞이하는 입구

입구에는 복자 이정식 요한과 그의 대자였던 양재현 마르티노의 동상이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방문 당시에도 여러 순례객들이 조용히 기도하고 있어, 자연스럽게 경건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신자가 아니더라도 의미 있는 시간

신자뿐 아니라 비신자에게도 조용한 사색과 치유의 시간이 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종교적인 의미를 떠나, 인간적인 존엄과 믿음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3. 1868년 무진박해 순교자 묘소

고요한 숲길 따라 만나는 묘소

이 공간은 특히 마음에 남는 곳이었다. 1868년 무진박해 당시, 수영장대에서 처형된 8명의 순교자 중 일부는 유해가 이장되어 성지 내에 안치되어 있었고, 아직 찾지 못한 이들을 위해 가묘와 기념비가 세워져 있었다.

8인의 순교자 구성

• 이정식 요한과 가족 3인(이월주 프란치스코, 박조이 마리아, 이관복 베드로)은 가르멜 수녀원 뒷산으로 이장
• 양재현 마르티노, 차장득 프란치스코, 이상근 야고보, 옥소사 발바라 4인의 유해는 발견되지 않아 가묘로 기림

가묘 앞에서의 깊은 묵상

이 묘소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이름을 읽어보며, 누군가의 부모이고 자식이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상상하게 된다. 종교를 떠나 인간적인 존엄과 믿음의 가치에 대해 되새기게 되는 공간이었다.

 

마치며

오륜대 순교자성지는 단순한 종교 장소가 아니었다. 역사, 신앙, 인간의 존엄성을 함께 생각하게 해주는 살아 있는 교육의 현장이자, 깊은 울림을 주는 공간이었다.

박물관의 정돈된 전시와 해설, 성당의 조용한 기도 공간, 그리고 묘소에서 느낀 차분한 감정까지 모두 인상 깊었다.

가족과 함께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싶거나, 아이들과 함께 신앙과 역사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싶을 때 한 번쯤 방문해볼 만한 곳이다. 사전 예약이나 해설 요청도 가능하므로, 전화 문의 후 일정을 잡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