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사라졌던 타이항공 일등석이 돌아왔다. 태국 왕실도 이용했다는 그 유명한 로열 퍼스트 클래스가 B777-300ER 기종을 통해 부활했는데, 과연 얼마나 '왕족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할까? 이번 글에서는 방콕과 오사카를 오가는 구간에서의 타이항공 일등석 경험을 공유해 보고자 한다.
1. 타이항공 일등석의 부활과 현재 운영 상황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항공 업계는 큰 타격을 받았다. 타이항공 역시 재정난에 시달리며 일등석 운영을 잠시 중단했었다. 특히 A380 여섯 대를 모두 퇴역시키면서 일등석 자체가 사라지는 듯 보였다. 그러나 2022년, B777-300ER 세 대를 도입하면서 일등석을 다시 선보였고, 현재 방콕에서 런던, 도쿄, 오사카를 잇는 노선에서 이 좌석을 이용할 수 있다. 더 흥미로운 건, 이 좌석을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로 발권할 수 있다는 점이다.
2. 공항 서비스: 일등석다운 시작?
방콕 수완나품 공항
방콕 공항에서는 일등석 승객 전용 체크인 카운터가 따로 마련되어 있다. 이 공간은 일반 카운터와는 차원이 다른데, 아예 라운지처럼 꾸며져 있어 체크인부터 특별 대우를 받는 느낌을 준다. 전담 직원이 체크인부터 비행기 탑승까지 모든 과정을 도와준다. 특히 보안검색과 출국 심사는 전용 패스트 트랙을 통해 진행되기 때문에 시간 절약 면에서 큰 장점이 있다.
퍼스트 클래스 라운지가 한때 굉장히 유명했지만, 코로나 이후로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현재는 비즈니스 라운지의 일부를 일등석 승객 전용 공간으로 구분해 사용하고 있다. 이 공간은 다이닝 룸, 샤워실, 프라이빗 룸까지 준비되어 있어 나쁘진 않다. 하지만 이전 퍼스트 클래스 라운지를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약간 실망스러울 수 있다.
오사카 간사이 공항
오사카에서는 방콕처럼 전용 체크인 라운지가 없다. 대신 체크인 카운터에 일등석 전용 창구가 마련되어 있다. 이곳에서도 패스트 트랙을 통해 빠르게 수속을 마칠 수 있다. 하지만 라운지로는 아스카 라운지를 이용해야 한다. 아스카 라운지는 신용카드 소지자도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일등석 전용의 특별한 경험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3. 좌석 디자인과 공간 구성
타이항공 B777-300ER의 일등석은 1-2-1 배열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 8개의 좌석이 있다. 이 좌석은 전반적으로 금빛 테마로 꾸며져 있는데, 짙은 보라색 비즈니스석과 대비를 이루며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좌석 자체는 넓고 편안하지만, 다른 일등석과 비교했을 때 프라이버시가 부족하다. 최근 많은 항공사가 문이 달린 좌석을 제공하는 데 비해, 타이항공 일등석은 여전히 오픈형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좌석에는 24인치 모니터, 수납공간, 독서등, 매트리스와 이불 등이 제공된다. 좌석의 소재는 가죽과 천을 혼합해 사용했는데, 사용감이 느껴지는 점이 아쉬웠다. 특히 프라이버시를 위한 슬라이드형 가림막은 있지만, 실제로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4. 기내식: 기대와 현실
낮 비행: 풍성한 메뉴 구성
낮 비행에서는 캐비아를 포함한 여러 고급 요리가 제공된다. 랍스터 샐러드, 일본산 대게살 샐러드, 태국 커리, 소프트쉘 크랩 등 메뉴는 다양하다. 특히 캐비아는 조개껍질 위에 얼음을 깔아 플레이팅하는 등 시각적으로도 만족스러운 경험을 준다. 다만, 캐비아를 뜰 자개 스푼이 제공되지 않았고, 일부 메뉴는 다소 과하게 익혀져 있어 아쉬움이 있었다.
밤 비행: 간소화된 메뉴
밤 비행에서는 기내식 구성이 심플하다. 트러플 수프가 메인으로 제공되며, 이후 아침 식사로 일본식 도시락과 과일, 빵, 시리얼이 나온다. 태국 항공사임에도 일본식 메뉴가 더 인상 깊다는 점이 특이하다.
5. 기내 서비스와 물품
제공 물품
탑승 시 이탈리아산 아쿠아 판나 물, AKG 노이즈 캔슬링 헤드셋, 포르쉐 협업 어메니티 파우치 등이 제공된다. 파우치 안에는 프랑스산 화장품, 칫솔, 치약, 수면양말 등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짙은 회색의 목 부분이 올라오는 잠옷도 제공되는데, 품질이 꽤 좋다.
베딩 서비스
매트리스를 깔고 그 위에 이불을 제공하는 베딩 서비스는 일등석다운 품격을 보여준다. 침구의 품질도 우수하며, 중거리 비행임에도 이런 서비스가 제공된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6. 마일리지 사용과 선택의 가치
이번 여행에서 방콕-오사카 왕복 구간을 아시아나 마일리지로 발권했다. 편도 5만 마일, 왕복 총 10만 마일을 사용했는데, 유상 발권 시 약 500만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마일리지 사용이 효율적일 수 있다. 그러나 중동 항공사나 싱가포르항공의 일등석 수준과 비교하면 다소 부족하다.
7. 타이항공 일등석, 과연 가치가 있을까?
타이항공 일등석은 공항 서비스와 승무원의 친절함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하지만 좌석 하드웨어와 기내식 측면에서는 경쟁 항공사에 비해 아쉬움이 남는다. 방콕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마일리지를 활용해 한 번쯤 경험해볼 만하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결국, 타이항공 일등석은 특별한 여행 경험을 추구하거나, 마일리지를 소진할 계획이 있는 사람들에게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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