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관련정보 및 리뷰

아시아나도 함께 쓰는 대한항공 신규 라운지, 직접 가본 첫인상

by 너랑나랑 여행길 2026. 1. 14.

공항에 새벽부터 나오는 걸 싫어하지는 않는다. 사람들로 북적이기 전의 인천공항은 묘하게 고요하고, 그 안에서만 느껴지는 긴장감이 있다. 비행기 떠나기 전의 그 공기. 그런데 오늘은 비행이 목적이 아니었다. 대한항공의 초대를 받아 새로 문을 여는 ‘동편 좌측 프레스티지 라운지’를 미리 둘러보는 자리였다.

 

라운지는 2터미널 253번 게이트 맞은편, 기존 동편 우측 라운지와 마주 보는 위치에 자리한다. 이 공간을 처음 마주한 순간 ‘이건 그냥 확장판이 아니구나’ 싶었다. 단순히 좌석을 늘린 게 아니라 아예 개념을 바꿔버렸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공동으로 이용하는 첫 라운지라는 점부터가 상징적이다.

 

라운지 입구에 들어서면 시선을 사로잡는 건 ‘대한항공’ 로고를 입체적으로 새겨 넣은 조형물이다. 은은한 조명과 함께 이 공간의 성격을 단번에 정의한다. 인스타용 포토존이라기보단, 항공 매니아들에게는 상징적인 배경으로 느껴질 듯했다.

 

안으로 몇 발짝 들어서자, 미디어 아트가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기존 라운지보다 조금 더 밝고 따뜻한 조도. 그 덕에 첫인상이 부드럽다. 좌석 수는 192석, 전체 면적은 1,553제곱미터. 공간의 크기보다 체감되는 건 ‘가족 단위 여행객’을 염두에 둔 구성이다. 테이블 간격이 여유롭고, 어린아이를 동반한 사람들이 편히 쉴 수 있는 구획도 눈에 띈다.

 

라면으로 시작하는 비행 전 한 끼

이 라운지의 핵심은 ‘한강라면’이라 불리는 라면 스테이션이다. 이름만 들어도 익숙한 그 단어. 실제로 오뚜기와 대한항공이 협업한 기기로, 총 여섯 개의 조리대에서 봉지라면을 직접 끓일 수 있다. 신라면, 진짬뽕, 사리곰탕, 짜파게티, 심지어 배홍동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컵라면을 없앴다고 아쉬워했던 이들이 있었다면 이 공간은 그 자체로 시원할 거다. 라면 옆에는 파, 콩나물, 김, 김치 같은 고명이 마련돼 있고, 라면을 조리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참 진지했다. 나 역시 진짬뽕을 하나 끓여봤다. 김이 오르는 그 순간, 해외여행의 설렘과 한국인의 입맛이 묘하게 겹쳤다.

 

밥과 김치, 과일, 시리얼 같은 기존 메뉴도 그대로다. 하지만 라면을 중심으로 한 ‘한국적인 완결식’이 등장하면서 식사 경험이 훨씬 명확해졌다. 단순히 배를 채우는 공간이 아니라,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한국의 맛’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하는 구조다.

 

오락실이 있는 항공사 라운지, 현실이 되다

식사 후 발길을 옮긴 곳은 ‘아케이드 존’. 처음엔 잠깐 보고 나오려 했다. 그런데 인형 뽑기, 스피드 하키, 마리오 카트까지. 예상보다 진짜 오락실에 가까웠다. 게임기 불빛이 라운지의 차분한 톤과 묘하게 어울렸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그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한쪽에는 대한항공 전용 버전의 ‘인생네컷’ 부스가 있다. 찍은 네 컷 사진은 QR코드로 바로 저장할 수 있고, 프레임은 파리·시드니·서울 중에서 고를 수 있었다. 나도 하나 찍었다. 살짝 어색했지만, 이 사진은 이번 라운지 오픈의 기억을 오래 남길 것 같다.

 

쿠킹 클래스, 라운지의 의외의 실험

그리고 가장 놀라웠던 공간은 ‘아뜰리에(Atelier)’라 불리는 쿠킹 클래스룸이었다. 항공사 라운지에서 ‘요리 체험’이라니. 이날은 ‘바크 초콜릿 만들기’ 시연이 진행 중이었다. 아이들이 초콜릿을 부어 토핑을 올리고, 굳힌 뒤 망치로 깨서 나눠 먹는다.
이런 체험형 구성은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라운지의 목적을 확장한다. ‘비행 전 휴식 공간’에서 ‘여행 경험의 일부’로. 어른에게는 낯설 수 있지만, 아이를 둔 부모 입장에선 확실히 매력적이다. 라운지 안에서 아이가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동안 부모는 식사나 업무를 볼 수 있으니, 동선이 효율적이기도 했다.

 

기존의 틀을 깬 라운지, 그러나 남은 우려도 있다

대한항공의 새 라운지는 지금까지의 보수적인 이미지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식음, 체험, 놀이를 결합한 이 방식은 전 세계 항공사 라운지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든 시도다. ‘가족 친화적’이라는 키워드 하나로 이만큼 다채로운 공간을 구현한 건 분명 인상적이다.

 

다만 현실적인 걱정도 남는다. 현재 대한항공과 스카이팀 승객만으로도 기존 라운지는 시간대에 따라 혼잡하다. 여기에 아시아나 승객까지 합류하면 좌석 192석이 감당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결국 이용객의 만족도는 ‘운영의 묘’에 달렸다. 오픈 첫 주 이후 어떤 방식으로 조정될지가 진짜 관전 포인트다.

 

오늘은 단순히 새로운 라운지를 본 게 아니라, 항공사 서비스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직접 목격한 기분이었다. 전통적인 라운지가 조용한 쉼터였다면, 이번 대한항공 라운지는 ‘함께 즐기는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라면, 게임, 초콜릿, 사진까지 — 모두 어린 시절 공항에서 느꼈던 설렘의 연장선 같다.

 

비행이 목적이 아니었던 오늘, 나는 오히려 공항에 더 오래 머물고 싶었다. 비행 전의 공기가 이렇게 따뜻하게 느껴진 건 참 오랜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