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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24시간 도쿄 택시기사 단골집, 도쿄 니시닛포리 이치요시 소바 방문 후기

by 너랑나랑 여행길 2026. 1. 13.

새벽에도 끓고 있는 냄비의 소리가 도쿄의 리듬처럼 들렸다.
아라카와구 니시닛포리 쪽으로 들어서자마자 코끝을 자극하는 진한 국물 냄새가 있었다.
‘이치요시 소바(一由そば)’—도쿄 택시 기사들이 자주 들른다는 그 24시간 영업 가게다.
가격은 한 그릇 360엔. 커피보다 싸지만, 그릇 속엔 값으로 따질 수 없는 농도가 있었다.

※ Only Cash 주의!

 

이날은 공휴일이라 그런지 거리엔 여유가 있었지만, 가게 앞에는 이미 열 명 가까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일본에서 흔한 ‘타치구이소바(立ち食いそば, 서서 먹는 소바집)’ 형식이라, 가게 안은 작은 공간에 서서 먹는 손님들로 가득했다.
의자는 없고, 오로지 서 있는 사람들의 리듬만 있었다.

 

뜨거운 국물보다 검은 색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처음 받은 그릇을 보고 살짝 놀랐다.
스프의 색이 거의 흑색에 가까웠다.
국물 위에는 점보 게소텐(오징어 다리 튀김)이 얹혀 있었는데, 일반 튀김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크고 묵직했다.
그리고 반숙 계란 하나. 일본식 소바에서 생계란을 넣는 게 낯설었지만, 여긴 그게 기본처럼 보였다.

 

국물을 한 숟가락 떠보니, 생각보다 짜지 않았다.
리뷰에서 ‘짠 편’이라는 말을 많이 봤기에 대비했는데, 의외로 간이 부드러웠다.
오히려 알싸하게 속을 풀어주는 느낌이었다.
밤새 운전하는 기사들이 왜 이 국물을 찾는지, 그 이유를 바로 알 수 있었다.

 

면은 일반 소바보다 훨씬 두꺼웠다.
‘후토소바(太そば)’라고 불리는 이 집의 대표 메뉴다.
식감이 탄탄해서 쉽게 퍼지지 않는다.
뜨거운 국물 속에서도 처음의 질감이 끝까지 유지되는 느낌이었다.
국물과 튀김, 그리고 계란이 한 번에 섞여 들어가면 묘하게 중독적인 조화가 만들어진다.

 

튀김이 눅눅한데 왜 맛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게소텐은 막 튀겨낸 바삭한 식감이 아니었다.
소바 국물을 머금어 부드럽고, 오히려 그 촉촉함이 맛의 포인트였다.
겉옷은 흐물거리는데, 안의 오징어 다리는 오히려 쫄깃했다.
같은 한입 안에서 두 가지 식감이 번갈아 느껴지는 게 이 집만의 매력이다.

 

한 입 먹고, 고추가루를 살짝 뿌렸다.
매운 향이 올라오며 국물의 진함이 잠시 리셋된다.
그리고 다시 국물을 들이키면, 대파의 알싸한 향이 또 한 번 입맛을 살려준다.
이 조합을 몇 번이고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그릇이 비어 있었다.

 

그릇을 직접 반납하고, 수건으로 테이블을 닦는 손님들

이곳은 셀프 방식이라, 먹은 그릇은 직접 반납해야 한다.
가게 한쪽에 작은 싱크대와 반납대가 놓여 있고, 손님들이 자연스럽게 자리를 정리하고 나간다.
그 몇 초의 동선이 이곳만의 리듬을 만든다.
줄을 서고, 서서 먹고, 치우고, 다음 사람에게 자리를 내주는 순환이 무척 자연스럽다.

 

줄을 선 순간부터 식사를 마치고 나올 때까지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아마도 이 효율 때문에, 택시 기사들이나 근처 회사원들이 꾸준히 찾는 듯했다.
나 역시 그렇게 한 그릇을 비우고 나서야 알았다.
이건 ‘맛있다’보다 ‘살아 있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소바였다.

 

식사 후에 걸어본 니시닛포리 거리의 여운

가게를 나와 일대를 천천히 걸었다.
히구로리역 주변에는 한국 식당 간판이 제법 많았다.
비빔밥, 냉면, 삼겹살 집이 즐비했는데, 서울보다 조금 저렴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조금만 걸으면 야나카긴자 거리도 있다. 여전히 옛 도쿄의 공기가 남아 있는 곳이다.

 

도쿄 여행 중 하루쯤은 이런 ‘생활 속 한 끼’를 맛보는 게 좋다.
관광지의 화려한 음식보다, 이런 곳에서 느끼는 한 그릇의 온기가 오래 기억된다.
이치요시 소바는 화려하지 않지만, 도쿄의 리듬 속에서 가장 인간적인 속도를 가진 가게였다.
그날 밤, 다시 그 진한 국물이 생각났다.

 

※ 주소: 일본 도쿄도 아라카와구 니시닛포리 2-26-8
※ 영업시간: 24시간 (연중무휴)
※ 1인당 예산: 약 ¥360~¥1,000 (현금결제만 됨)
※ 추천 메뉴: 점보 게소텐 소바 + 생계란

 

다음 도쿄 여행에서, 밤늦게 혹은 새벽에 잠시 배가 출출하다면
히구로리역 근처 이치요시 소바에서 그 한 그릇의 따뜻함을 꼭 느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