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아트벙커B39에서 만난 흙과 먹, 손끝으로 남긴 마음의 흔적
요즘 부천 근처에서 주말마다 조용히 둘러볼 전시를 찾곤 한다. 그렇게 찾은 곳이 부천아트벙커B39의 11월 기획전, ‘흙과 먹, 손끝의 흔적’이었다. 이름만 보면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막상 가보니 생각보다 따뜻한 전시였다.
이 전시는 강근옥, 강금숙, 김태전, 이우찬 네 명의 작가가 참여해 각각 다른 장르의 작품을 선보인다. 캘리그라피, 문인화, 도예, 서예가 한 공간 안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었다. 인간의 ‘손끝’이라는 공통된 출발점이 모든 작품을 하나로 묶어주는 느낌이었다.
부천아트벙커B39는 오정구 삼작로 53에 자리한 복합문화공간이다. 예전에는 쓰레기 소각장이었는데, 지금은 완전히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외관은 산업적인 콘크리트 구조지만, 내부 전시실은 의외로 차분하고 온기가 느껴진다.
막상 들어서니 공기부터 달랐다
1층 전시실 문을 열자마자, 흙 냄새와 먹 향이 은근히 섞여 있었다. 그 조합이 참 이상하게 편안했다. 전시 제목이 괜히 ‘흙과 먹’이 아니었다.
작품 하나하나를 가까이 보면, 손의 떨림이 그대로 남아 있다. 붓의 속도나 흙의 결이 거칠게 살아 있어서 그런지, 작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느낌이었다. 어떤 작품은 불완전해서 오히려 더 사람 같았다.
그날은 마침 오프닝 리셉션이 열리는 날이었다. 오후 2시쯤, 부천문화재단 관계자와 미술협회 관계자들의 짧은 축하 인사 후, 작가들이 각자의 작업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한 작가는 “흙을 만지는 건 결국 나 자신을 만지는 일 같다”고 했다. 그 말이 오래 남았다.
작품보다 오래 남은 건 손끝의 감정이었다
전시를 다 보고 나올 때쯤, 단순히 예쁜 걸 본 기분이 아니었다. 마치 누군가의 시간을 조용히 엿보고 나온 느낌이었다. 특히 도예 작품은 표면이 고르지 않아 손으로 만지고 싶을 만큼 자연스러웠다. 문인화나 서예 작품도 단정하지 않았다. 조금 비틀리고, 번지고, 밀려 있었다. 그런데 그 불균형이 오히려 살아 있는 감정을 전했다.
사진으로 보면 정제된 느낌이지만, 실제로 보면 붓 자국 하나하나가 깊게 들어와 마음을 건드린다. 그래서인지 몇몇 관람객은 오래 서서 작품 앞을 떠나지 못했다.
전시장 정보는 꼭 체크해두면 좋다
이번 전시는 11월14일부터 12월14일까지, 부천아트벙커B39 1층 전시실에서 진행된다. 입장료는 무료다. 주차장은 넓은 편이지만, 주말엔 조금 붐빈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부천종합운동장역에서 버스로 이동하는 게 편하다.
전시장 안에는 QR코드가 곳곳에 비치되어 있어서, 각 작가의 설명을 휴대폰으로 바로 볼 수 있다. 작품을 감상하면서 설명을 함께 들으면 이해가 훨씬 깊어진다.
돌아보면, 결국엔 흔적이었다
짧은 관람이었지만, 생각보다 여운이 길었다. 네 명의 작가가 각자의 방식으로 남긴 흔적이지만, 결국엔 모두 ‘사람의 온기’로 모였다.
누군가는 먹으로 흔적을 남기고, 누군가는 흙으로 시간을 새긴다.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도 또 다른 흔적을 남긴다.
돌아보면 이 전시의 핵심은 단순했다. 손끝에서 시작된 마음의 흔적, 그게 전부였다.
부천아트벙커B39 ‘흙과 먹 손끝의 흔적’ 전시 정보
- 기간: 2025년 11월14일(금) ~ 12월14일(일)
- 장소: 경기도 부천시 오정구 삼작로53 부천아트벙커B39 1층 전시실
- 관람료: 무료
- 주차 가능, 대중교통 접근 용이
한 줄 여운
겨울이 오기 전, 마음의 속도를 잠시 늦추고 싶다면 이곳이 제격이다.
소란한 세상 속에서도 여전히 손끝으로 남겨진 흔적은 진짜였다.
'국내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치악산 상원사 코스, 단풍이 지고 난 뒤의 조용한 산행 (0) | 2025.12.01 |
|---|---|
| 서울에서 속초까지 당일치기 여행, 수험생 할인으로 다녀온 뮤지엄엑스와 바다의 도시 (0) | 2025.12.01 |
| 늦가을 내장산 케이블카 타고 오른 전망대, 기다림 끝에 만난 풍경 (0) | 2025.12.01 |
| 늦가을 경기도 여행, 단풍이 남긴 마지막 색을 따라 걷다 (0) | 2025.11.28 |
| 겨울이 성큼, 2025/2026 시즌 전국 스키장 개장 일정과 추천 코스 (0) | 2025.11.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