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중 한달살기 리얼 후기: 숙소, 시장, 금문고량주 술방까지 다녀온 기록

시작하며

대만 타이중에서의 한달살기는 여느 여행보다 더 현실적인 일상의 경험이었다. 관광지 위주의 여행이 아니라, 현지인처럼 장을 보고 밥을 먹고 쉬는 하루는 돈의 가치, 삶의 속도, 그리고 함께하는 사람의 소중함까지 다시 돌아보게 했다.

특히 이번 하루는 숙소에서의 불편함, 시장의 먹거리, 마트에서의 장보기, 그리고 하루를 마무리한 집 안 술자리가 어우러지며 꽤 진한 감정을 남겼다. 그 하루를 기록해본다.

 

1. 미스터만터 호스텔의 솔직한 후기

이번에 묵은 숙소는 ‘미스터만터 호스텔’이라는 이름을 가진 곳이었다. 처음엔 외관도 멀쩡하고 평점도 괜찮아 보여 예약했지만, 막상 도착하고 나서 실망감이 꽤 컸다.

숙소 내부는 생각보다 훨씬 부족했다. 티스푼 하나 없어서 커피를 만들 때도 감으로 때려 넣어야 했고, 요청을 해도 "근처 편의점에서 사라"는 말만 돌아왔다. 기본적인 응대조차 아쉬운 수준이었다.

호스텔이라는 이름에 기대했던 공동체적 분위기나 친절함은 전혀 없었고, 로비에는 항상 사람이 없었으며, 방 안은 그저 잠만 자는 곳 이상의 의미를 주지 못했다.

🛏 숙소 요약

• 티스푼, 접시 등 기본 물품 없음
• 직원 대응 미흡, 비대면 대응
• 외관은 깔끔하나 실사용 감점 요소 다수

이 숙소를 선택한 건 티웨이호텔 예약이 끝난 이후 잠깐 묵을 곳이 필요했기 때문이었지만, 다시는 ‘호스텔’이라는 단어를 쉽게 믿지 않겠다는 다짐을 남겼다.

 

2. 타이중 제2시장과 참깨면 한 그릇

점심은 숙소에서 가까운 ‘타이중 제2시장’에서 해결했다. 이곳은 타이중 시내에서 가장 유명한 로컬 재래시장 중 하나로, 처음에는 너무 복잡해서 아무것도 못 먹고 돌아선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익숙해지니, 안쪽으로 갈수록 깔끔한 식당이 보이기 시작했고, 참깨면으로 유명한 식당에 줄을 서서 식사를 해보았다. 줄이 길긴 했지만, 회전율이 빨라서 오래 기다리진 않았다.

🍜 참깨면 후기

• 참깨 소스 향이 진하고 고소함이 강함
• 한 그릇으로는 부족할 만큼 맛있음
• 반찬 포함 6가지 구성, 가성비 만족

제2시장은 처음 접근할 때는 진입 장벽이 있는 곳처럼 느껴지지만, 한번 맛을 보면 다시 찾게 되는 곳이다. 주말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 도전이 어려울 수 있으니 가능하면 평일 방문을 추천한다.

 

3. 대만식 차 문화, 밀크티를 넘어서

식사를 마치고 근처에서 차 한 잔을 했다. 대만은 원래 밀크티로 유명하지만, 요즘엔 오히려 블랙티, 우롱차, 녹차 같은 일반 찻잎 차에 더 끌리고 있다.

이날 마신 ‘누와라 엘리아 블랙티’는 은은한 꽃향이 도는 홍차였는데, 찬 바람이 살짝 부는 실내에서 마시니 더욱 깊은 맛이 느껴졌다.

아메리카노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입맛에 잘 맞았고, 대만에서 떠나는 순간 이 차들을 못 마신다는 아쉬움도 커졌다.

 

4. PX마트 장보기와 금문고량주 하이볼

오후에는 마트에서 장을 봤다. 대만에서 자주 가는 PX마트는 물가도 안정적이고 한국인의 입맛에도 맞는 안주류가 많아 이용하기 편했다.

금문고량주는 대만에서 먹으면 먹을수록 매력적인 술인데, 이날은 38도짜리 작은 병 두 개를 구입했다. 고도수 술이라 하이볼로 희석해서 마시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 PX마트에서 구입한 것들

• 금문고량주 38도 소병 2개
• 모둠 안주팩 (두부, 닭똥집, 돼지고기 등)
• 탄산수 (하이볼용)
• 과일 안주 (4종 구성)
• 얼음 (630원)

마트에는 접시조차 없을 정도로 집 상태가 열악했기 때문에, 손이 덜 가는 안주들 위주로 골랐다. 술도 물론 중요했지만, 하이볼의 핵심은 얼음이라는 것도 잊지 않았다.

 

5. 천사지파이 배달로 완성된 술상

술상 위의 하이라이트는 천사지파이였다. 가오슝에서 처음 맛보고 반했던 메뉴였는데, 타이중에도 있다는 걸 알고 바로 배달을 시켰다.

카드 등록이 제대로 안 돼 있어서 항상 현금으로 배달을 받았지만, 이날은 빠르게 도착했다. 지파이 특유의 매콤한 가루가 목에 걸릴 정도로 강했지만, 고량주와 찰떡궁합이었다.

🍗 천사지파이 간단 평가

• 바삭하고 매콤한 치킨 패티 스타일
• 현지 배달도 빠르고 따뜻함 유지
• 고량주와 궁합이 훌륭한 안주

 

6. 여행에서 얻은 진짜 가치

이날 밤, 고량주를 마시며 자연스럽게 지금까지의 여행을 돌아보게 되었다. 우리가 한 달 동안 지내며 직접 써본 돈을 통해, 그 돈의 진짜 가치에 대해 실감할 수 있었다.

무턱대고 돈을 벌기만 하면 행복해질 거라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어떤 삶이 내게 필요한지를 훨씬 더 구체적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 돈에 대한 인식의 변화

• 숫자였던 돈이 현실적인 자원으로 다가옴
• 무조건 많이 버는 삶보다, 필요한 만큼 쓰는 삶이 더 행복할 수 있음
• 월 200~300만원으로도 충분히 지속 가능한 삶이 가능함을 체감

 

7. 결국, 함께하는 사람

숙소가 별로여도, 날씨가 궂어도, 음식이 기대에 못 미쳐도 결국 모든 걸 감싸주는 건 옆에 있는 사람이었다.

타이중이라는 도시도 좋았고, 맛있는 음식도 좋았지만, 이 여행이 특별했던 이유는 함께하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스갯소리도 오가고, 한잔 술에 진지한 이야기까지 나눌 수 있었던 밤은, 어떤 고급 호텔보다 기억에 오래 남을 것이다.

👫 여행의 동반자

• 불편한 숙소도 함께라면 추억이 된다
• 여행지는 상황보다 사람이 더 중요하다
• 함께 웃고 떠드는 시간이 가장 소중하다

 

마치며

타이중에서의 하루는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삶을 살아보는 경험이었다. 불편한 숙소에서 시작해 시장 음식을 먹고, 집에서 고량주를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모든 과정 속에서, 일상의 소중함과 사람의 가치를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여행을 하며 삶의 속도를 늦추고, 물질보다 관계에 집중할 수 있었던 하루. 이런 날들이 모여 진짜 삶을 만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