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산티탐, 한 달 살아보면 왜 다들 떠나지 못하는지 알게 된다
치앙마이에서 한 달쯤 살아보면 어느 순간 ‘관광지’보다 ‘살기 좋은 동네’가 눈에 들어온다.
그중에서도 산티탐(Santitham)은 이상할 정도로 마음이 편안해지는 동네였다.
화려한 관광 코스는 없지만, 길을 걷다 보면 삶의 리듬이 들린다. 모터사이클 소리, 시장 상인의 목소리, 저녁마다 퍼지는 볶음 냄새까지. 이게 산티탐의 풍경이다.
나는 처음엔 님만해민 근처 숙소를 찾다가 우연히 산티탐을 알게 됐다.
올드타운과 님만의 중간쯤, 도심이지만 시끄럽지 않고, 물가도 놀라울 만큼 저렴했다.
콘도 월세가 15만~40만원대, 커피 한 잔이 40바트(약 1,500원), 로컬 밥집 한 끼는 30바트(1,300원).
이런 가격으로 한 달을 살아보면, 자연스레 이 동네에 정이 붙는다.
산티탐은 관광지가 아니라 ‘생활의 동네’다
처음 며칠은 그 단어가 낯설었다. 하지만 며칠만 지내보면 왜 장기 체류자들이 이곳을 ‘로컬의 천국’이라 부르는지 알게 된다.
시장, 세탁소, 마사지숍, 카페, 로컬 식당이 다 걸어서 닿는 거리 안에 있다.
특히 시리 와타나 시장(타닌 시장)은 이 동네의 심장이다.
두부, 생선, 과일, 향신료까지 없는 게 없고, 매일 아침 신선한 채소를 고르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나도 어느새 그 대열에 섞여 두부 한 봉지, 파파야 한 개를 사서 돌아오곤 했다.
30바트의 행복, Cheap & Cheerful
산티탐에선 ‘Cheap & Cheerful’이라는 말이 진짜 이름인 가게가 있다.
모든 메뉴가 30~35바트. 나는 바질 돼지고기 볶음밥에 계란을 추가해 35바트짜리를 시켰다.
가격을 떠나 맛이 진짜였다.
고추와 바질 향이 강하게 살아 있고, 계란을 깨서 비비면 고소함이 폭발한다.
딱 한 입 먹자마자 ‘이게 진짜 태국의 밥상이지’ 싶은 그런 맛.
커피는 Areemitr에서 마시는 게 정답이었다
산티탐엔 카페가 많지만, 오렌지 커피를 맛본 순간 다른 곳은 생각나지 않았다.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운영하는 작은 카페인데, 손짓으로 “이거 드세요”라고 건네던 그 미소가 아직도 기억난다.
40바트짜리 오렌지 커피 한 잔.
커피의 쌉쌀함과 오렌지의 산미가 묘하게 어울려서, 그날 이후 매일 아침 같은 자리에 앉게 됐다.
현지인 줄 서는 쏨땀 맛집, Somtam Udon
현지 태국인들만 줄 서는 곳이라 처음엔 망설였다.
하지만 파파야 샐러드 한 접시를 맛보는 순간, 왜 다들 기다리는지 이해됐다.
액젓 향이 강하고 고추가 매워 땀이 흐르지만, 젓가락이 멈추지 않는다.
닭다리와 찰밥, 그리고 쏨땀 조합. 단 200바트면 한 상이다.
한 번 먹고 나면 ‘매워도 또 가야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산티탐의 밤은 ‘똠양라면’으로 완성된다
Mama Fah Thani는 이 동네에서 전설로 통한다.
밤 12시에도 줄이 끊이지 않고, 대기표 14번을 받고도 두 시간은 기다려야 한다.
그렇게 기다린 끝에 받은 한 그릇.
오징어와 야채를 넣은 똠양라면은 매운데 이상하게 중독적이었다.
식당 앞에서 국물 한 숟갈 떠먹으며 웃던 그 밤의 공기, 아직도 기억난다.
한가한 낮엔 카페 투어가 제격이다
Homey Home Cafe는 이름처럼 ‘집 같은’ 곳이다.
옛날 양옥을 개조한 세 층짜리 건물, 천천히 흘러나오는 음악, 잔디 정원.
태국인들이 웨딩사진을 찍는 공간으로도 유명하다.
그리고 KRISP Café에서는 케이크 한 조각이 주인공이다.
아메리카노는 80바트로 조금 비싸지만, 슈가 듬뿍 든 디저트를 한입 먹으면 그만한 가치가 있다.
분짜가 생각날 땐 Lucky Vietnamese Restaurant
이 집의 분짜는 불맛이 살아 있다.
고기향이 진하지만 고추와 마늘을 넣으면 맛이 확 산다.
한 그릇 다 비우고 나면 ‘느끼하다’는 말이 쏙 들어간다.
나는 여행 중에도 베트남 음식을 자주 먹는데, 여긴 그중에서도 손꼽힌다.
나나 베이커리에서 빵을 사고, 시장에서 두부를 산다
산티탐의 아침은 늘 시장에서 시작된다.
나나 베이커리의 크루아상은 18바트, 작은 사이즈지만 버터 향이 깊다.
프랑스인이 운영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실제로도 반죽이 다르다.
빵을 사고, 바로 옆 시장에서 채소와 국수를 산다.
그렇게 장바구니를 채워 돌아오는 길, 태국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는 감각이 확실히 느껴진다.
하루의 피로는 RYU Thai Massage에서 풀린다
발 마사지 200바트, 오일 마사지 300바트.
로컬 분위기의 작은 공간이지만, 시원하게 풀리는 느낌이 다르다.
마사지 끝나고 나오는 길에 “이게 9,000원이라니” 싶어 웃음이 나왔다.
이런 게 산티탐의 매력이다. 화려하진 않지만, 다정하다.
창푸악 야시장에 가면 다시 여행자가 된다
밤이 되면 산티탐의 끝자락에서 야시장 불빛이 켜진다.
고기 굽는 냄새, 수끼 냄비에서 끓는 소리, 그랩 라이더들이 오가는 모습.
창푸악 수끼는 줄이 너무 길어 포기했지만, 그 활기만으로도 충분했다.
산티탐의 밤은 그렇게 살아 움직인다.
결국 산티탐은 ‘살고 싶은 동네’였다
관광객으로 머물 땐 몰랐는데, 살다 보니 여기가 진짜 치앙마이의 중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장과 카페, 골목과 사람들, 모두가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다.
여행자의 시선이 아니라, 생활인의 시선으로 이 도시를 느끼고 싶다면
산티탐에서 한 달쯤 살아보면 된다.
아마 나처럼, 떠나기 싫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