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덮인 아오모리의 조용한 온천 여관, 아오니 온천 여행기

시작하며

일본 아오모리현은 겨울철 많은 눈이 내리는 곳으로 유명하다. 특히 아오모리에는 관광객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조용한 온천 여관이 곳곳에 숨어 있다. 그중에서도 아오니 온천(青荷温泉)은 전기 없이 램프만을 사용하는 독특한 숙소로, 현대 문명의 편리함에서 벗어나 온전히 자연과 함께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다.

이번 여행에서는 아오니 온천뿐만 아니라 도와다 신사와 오이라세 협곡 등 아오모리의 대표적인 관광지를 함께 방문했다. 일본의 겨울 풍경과 전통적인 온천 문화를 깊이 체험할 수 있는 이번 여행의 모든 순간을 자세히 소개하려 한다.

 

1. 도와다 신사 방문

도와다 신사의 역사

도와다 신사(十和田神社)는 도와다 호수 근처에 자리한 유서 깊은 신사로, 807년에 창건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신사는 청룡권현(青龍権現) 혹은 구마노권현(熊野権現)으로도 불리며, 오랜 세월 동안 지역 주민들의 신앙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도와다 신사는 일본 무사 문화와 깊은 연관이 있으며, 옛날 무사들이 이곳에서 전쟁의 승리를 기원했다고도 전해진다.

도와다 신사의 매력

신사는 빽빽한 삼나무 숲에 둘러싸여 있어 신비로운 분위기가 감돈다. 겨울이 되면 나무 위로 소복이 쌓인 눈과 함께 고즈넉한 경관이 펼쳐진다. 경내로 들어서면 정문인 도리이가 눈길을 사로잡고, 참배로를 따라 걸으면 조용하고 엄숙한 분위기가 감돈다.

특히, 도와다 신사의 가장 큰 매력은 도와다 호수와 연결된다는 점이다. 신사 뒤편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가면 도와다 호수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가 나오는데, 겨울철에는 얼어붙은 호수와 설경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신사 주변 탐방

신사 주변에는 작은 기념품 가게와 음식점이 있어 간단한 식사나 따뜻한 음료를 즐길 수 있다. 다만, 아침 일찍 방문하면 대부분의 가게가 문을 열지 않아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려면 점심 무렵에 찾는 것이 좋다.

 

2. 오이라세 협곡의 겨울

오이라세 협곡이란?

오이라세 협곡(奥入瀬渓流)은 도와다 호수에서 시작되는 계곡으로, 약 14km에 걸쳐 크고 작은 폭포와 맑은 계류가 이어지는 곳이다.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자연 경관을 자랑하며, 특히 여름철과 가을철 단풍 시즌에 많은 방문객이 찾는다. 하지만 겨울철의 오이라세 협곡은 또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겨울철 오이라세 협곡의 매력

겨울이 되면 협곡 전체가 하얀 눈으로 덮이며, 얼어붙은 폭포와 고요한 강물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여름에는 시원한 물소리와 함께 걷는 재미가 있지만, 겨울에는 적막한 분위기 속에서 자연의 정취를 더욱 깊이 느낄 수 있다.

특히 ‘치시리 폭포(雲井の滝)’와 ‘아시우 폭포(阿修羅の流れ)’는 겨울철에도 장관을 이루는 대표적인 포인트다. 치시리 폭포는 얼음 기둥이 형성되어 신비로운 느낌을 주며, 아시우 폭포는 강한 물살이 눈 덮인 바위를 타고 흐르며 독특한 경관을 연출한다.

오이라세 협곡 탐방 시 주의사항

겨울철에는 길이 얼어붙어 매우 미끄러우므로, 등산화나 미끄럼 방지 장비를 챙기는 것이 필수적이다. 또한, 도로 사정이 좋지 않으면 차량 진입이 어렵기 때문에 방문 전 사전 확인이 필요하다.

 

3. 아오니 온천으로 가는 길

아오니 온천으로 가는 방법

아오니 온천은 산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어, 일반 차량으로는 접근할 수 없다. 보통 전용 셔틀버스를 이용해야 하며, 겨울철에는 눈이 많이 내려 더욱 운행이 제한될 수 있다.

아오니 온천으로 가는 길은 마치 설국으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셔틀버스가 깊은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서 점점 도시의 흔적이 사라지고, 하얀 눈으로 덮인 숲이 끝없이 펼쳐진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창밖을 바라보면,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4. 아오니 온천 도착과 첫인상

셔틀버스에서 내려온 순간

셔틀버스가 도착하면, 눈 덮인 깊은 산속에 자리 잡은 아오니 온천이 눈앞에 펼쳐진다. 일반적인 온천 호텔과 달리 이곳은 낮에도 어두운 분위기가 감돈다. 주변에는 가로등도 없고, 숙소 내부 역시 전기를 사용하지 않아 오직 램프 불빛만이 은은하게 빛나고 있다.

숙소 입구로 들어서면, 따뜻한 공기가 몸을 감싸며 전통적인 일본식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프런트 데스크에서는 체크인 절차를 진행하며, 숙소 이용에 대한 안내를 받는다. 직원들은 친절하게 온천 시설과 저녁 식사 시간, 기념품 판매에 대해 설명해 준다.

객실 내부와 분위기

배정받은 객실로 이동하면, 전통적인 일본식 다다미방이 펼쳐진다. 방 안에는 작은 테이블과 좌식 의자, 그리고 이부자리가 깔려 있다. 전기 조명이 없기 때문에 벽면에 걸린 램프 하나가 유일한 빛을 제공한다. 창문을 열어 보면, 바깥에는 눈이 소복이 쌓여 있고 조용한 산속 풍경이 그대로 드러난다.

숙소 내부는 현대적인 편의시설이 거의 없지만, 오히려 이 점이 아오니 온천만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오롯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다.

 

5. 아오니 온천에서의 온천 체험

아오니 온천의 온천탕

아오니 온천에는 총 4개의 온천탕이 있다. 각각의 온천은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어 방문객들이 여러 곳을 둘러보며 다양한 온천 체험을 할 수 있다.

• 혼카이로(本館の湯) - 숙소 내 가장 중심에 위치한 온천탕으로, 온천 본연의 매력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 타키미노유(滝見の湯) - 작은 폭포를 바라보며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노천탕이다.
• 우타세유(打たせ湯) - 피로 회복에 좋은 온천탕으로, 강한 물줄기가 흐르며 온몸의 피로를 풀어준다.
• 별관 내탕 - 조용하고 아늑한 공간에서 온천을 즐길 수 있는 개별 온천탕이다.

각 온천탕의 물 온도는 약 40~41℃ 정도로, 장시간 온천욕을 하기 적절하다. 겨울철에는 바깥 공기가 매우 차갑기 때문에, 온천탕에 몸을 담그면 더욱 따뜻함이 느껴진다.

온천을 즐기는 방법

아오니 온천에서는 일본 전통 방식으로 온천을 즐겨야 한다. 먼저 탈의실에서 옷을 벗고 샤워를 한 후 온천탕에 들어간다. 이곳에서는 조용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이 예의이며, 수건을 온천탕에 넣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밤이 되면 온천 주변은 더욱 조용해지고, 램프 불빛이 은은하게 반짝이며 한층 더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따뜻한 물속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바깥의 차가운 공기와 대비되어 깊은 이완감을 느낄 수 있다.

 

6. 전통 일본 가정식 저녁 식사

저녁 메뉴 구성

온천욕을 마친 후에는 숙소에서 제공하는 저녁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아오니 온천의 저녁 식사는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일본 가정식 스타일로 구성된다.

• 갓 지은 따뜻한 밥
• 미소 된장국
• 신선한 생선구이
• 지역 특산물 반찬
• 아오모리산 사과 주스

식사 분위기

식사는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제공되며, 일본식 다다미방에서 정갈하게 차려진 음식을 맛볼 수 있다. 해외 방문객들도 많지만, 모두 조용한 분위기를 유지하며 식사를 즐긴다.

특히, 아오모리 지역에서 재배된 사과로 만든 사과 주스는 달콤하면서도 상쾌한 맛이 일품이다. 간단한 음식이지만 신선한 재료를 사용해 맛의 깊이가 느껴진다.

 

7. 아오니 온천에서 맞이하는 아침

조용한 아침과 온천 마을의 풍경

아침이 되면 창밖 풍경은 밤사이 내린 눈으로 한층 더 하얗게 변해 있다. 깊은 산속에 자리 잡은 아오니 온천은 도시의 소음이 전혀 들리지 않아, 새하얀 설경과 함께 조용한 아침을 맞이할 수 있다.

숙소 안은 여전히 램프의 은은한 불빛으로 밝혀져 있으며, 한겨울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따뜻한 온천의 온기가 곳곳에 남아 있다. 특히 아침에 하는 온천욕은 전날 쌓인 피로를 풀어주는 최고의 방법이다.

아침 목욕의 여유

아오니 온천의 온천탕은 아침에도 운영된다. 따뜻한 온천수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차가운 바깥 공기가 더욱 상쾌하게 느껴진다.

이곳의 온천수는 피부에 자극이 적고, 몸을 부드럽게 감싸는 느낌이 든다. 온천을 즐기면서 창밖의 설경을 감상하면, 겨울철 일본 온천 여행의 매력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8. 전통 일본식 아침 식사

일본 가정식 조식 메뉴

온천욕을 마친 후에는 숙소에서 제공하는 아침 식사가 기다리고 있다. 저녁과 마찬가지로 일본 가정식 스타일의 정갈한 음식들이 제공된다.

• 갓 지은 따뜻한 밥
• 미소 된장국
• 연어구이와 다양한 반찬
• 날달걀을 곁들여 먹는 다마고카케고항(卵かけご飯)
• 아오모리산 사과 주스

화려한 요리는 아니지만, 정갈하고 건강한 한 끼를 제공해 하루를 상쾌하게 시작할 수 있다.

 

9. 아오니 온천 체크아웃과 예상치 못한 셔틀버스 사고

체크아웃과 기념품 구매

식사를 마친 후, 객실을 정리하고 체크아웃을 준비한다. 아오니 온천에서는 기념품으로 램프 모양의 열쇠고리를 판매하는데, 이곳에서의 특별한 경험을 기억할 수 있는 좋은 기념품이 된다.

셔틀버스에서 벌어진 사건

체크아웃을 마친 후 셔틀버스를 타고 산을 내려가야 하는데, 문제는 이곳의 겨울 날씨가 워낙 변덕스러워 눈이 많이 쌓이게 되면 이동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셔틀버스를 타고 하산하는 길,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도로에 눈이 너무 많이 쌓여 버스가 경사를 올라가지 못하고 미끄러지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버스가 한참을 미끄러지다 결국 길에 끼이면서 더 이상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승객들은 당황했지만, 다행히도 근처에 있던 제설차가 출동해 버스를 견인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특히 이 순간은 긴장감이 극에 달했다. 버스 뒤쪽이 절벽과 가까운 상태에서, 조금만 잘못 움직이면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제설차가 와이어를 버스에 연결해 천천히 끌어올리는 과정이 이어졌고, 버스가 조금씩 평지로 올라오면서 승객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긴장감 넘치는 순간이었지만, 결국 모두 무사히 하산할 수 있었다. 겨울철 아오모리 여행에서는 이러한 자연적인 변수들을 항상 염두에 두고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금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마치며

이번 여행에서는 일본 아오모리의 겨울을 온전히 체험할 수 있었다. 도와다 신사의 신비로운 분위기, 오이라세 협곡의 그림 같은 겨울 풍경, 그리고 아오니 온천에서의 조용하고 따뜻한 하룻밤까지, 모든 순간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아오니 온천은 현대 문명의 편리함에서 벗어나 오롯이 자연과 함께하는 시간을 제공하는 곳이었다. 전기도, 텔레비전도, 인터넷도 없는 환경 속에서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쉬게 할 수 있었으며, 한겨울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 즐기는 온천은 그 어떤 사치보다도 값진 경험이었다.

다만, 겨울철 아오모리는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많기 때문에, 방문 전 날씨와 도로 상태를 꼭 확인해야 한다. 충분한 대비를 한다면, 더욱 안전하고 즐거운 여행이 될 것이다.

언젠가 다시 한 번, 다른 계절에 아오니 온천을 방문해 색다른 분위기를 경험해 보고 싶다. 계절마다 다른 매력을 가진 이곳은 다시 찾고 싶은 온천 여행지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