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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서울시립미술관 유영국 전시 다녀온 하루

by 너랑나랑 여행길 2026. 7. 19.

시작하며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열린 유영국 전시 《산은 내 안에 있다》를 보고 왔다. 전시는 1층에서 진행됐고, 간 김에 2층과 3층의 다른 전시까지 함께 둘러봤다. 부천에서 지하철로 서울 도심까지 가는 길은 늘 짧지 않다. 특히 노량진역~용산역 사이 철교를 지날 때 보이는 한강은, 전시를 보기 전 마음을 조금 느리게 만든다. 밤새 폭우가 쏟아져 걱정했지만 낮부터 밤까지 비는 피했고, 대신 덥고 습한 날씨가 하루의 체력을 꽤 빼앗아 갔다. 이번 글은 작품 설명보다 부천에서 서울 도심 전시를 다녀오는 하루의 밀도라는 관점에서 쓴다.

 

 

1.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까지 가는 길

부천에서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까지 가는 길은 단순히 “전시장에 간다”로 끝나지 않는다. 지하철을 갈아타고 서울 중심부로 들어가는 동안 이미 하루의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나에게는 노량진역에서 용산역으로 넘어가는 구간이 특히 그렇다. 철교 위에서 한강을 지나갈 때, 창밖으로 보이는 물과 빌딩, 다리 구조물이 겹쳐진다. 전시장에 도착하기 전부터 이미 하나의 장면을 보고 있는 기분이다.

 

 

전시를 보러 가는 길에 이런 풍경이 끼어 있으면 생각이 많아진다. 서울에 사는 사람에게는 익숙한 이동일 수 있지만, 경기도에서 올라가는 사람에게는 이동 자체가 일정의 큰 부분이다. 비가 올까 봐 걱정했던 날씨도 다행히 버텨줬다. 다만 습도가 높아 미술관에 도착하기 전부터 몸이 무거웠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은 주변을 걷는 재미도 있다. 덕수궁 돌담길과 정동길 분위기가 섞여 있고, 근처에는 오래된 건물과 현대식 빌딩이 같이 보인다. 미술관 건물 자체도 사진을 찍고 싶게 만드는 외관이다. 붉은 벽돌과 아치형 입구가 있어, 전시를 보기 전부터 “서울 도심 속 오래된 문화공간에 들어간다”는 느낌이 분명하다.

 

 

방문 전 따져볼 부분은 이렇다.

  • 지하철 이동 시간이 생각보다 길다
  • 덥고 습한 날은 전시장 도착 전 체력 소모가 있다
  • 주말이나 인기 전시는 입구부터 사람이 몰릴 수 있다
  • 관람료, 예약 여부, 운영시간은 전시마다 달라 다시 확인하는 편이 좋다
  • 차량보다는 대중교통이 마음 편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장소는 전시만 보고 바로 빠져나오기보다 앞뒤 시간을 조금 여유 있게 잡는 쪽이 낫다. 정동길을 걷거나 주변에서 커피를 마시고 들어가면 하루가 더 부드럽게 이어진다. 반대로 늦은 오후에 도착하면 전시 관람, 식사, 귀가 시간이 한꺼번에 밀린다. 특히 부천이나 인천 방향으로 돌아가야 한다면 막차 시간까지 계산해야 하루가 덜 피곤하다.

 

 

2. 유영국 전시는 색보다 산의 감각이 먼저 남았다

유영국의 《산은 내 안에 있다》는 제목부터 좋았다. 산을 그린 전시라고 생각하고 들어갔지만, 막상 작품 앞에서는 실제 산의 모양보다 산을 마주했을 때의 감각이 먼저 다가왔다.

강한 빨강, 노랑, 초록, 파랑, 검정이 화면 안에서 부딪친다. 처음에는 색이 세다고 느꼈다. 그런데 조금 떨어져 보면 그 색들이 산의 능선처럼 이어지고, 다시 가까이 보면 물감의 결이 거칠게 살아 있다. 추상미술(abstract art)을 어렵게 느끼는 사람도 이 전시는 “무엇을 그렸나”보다 “어떤 기분이 드나”로 보면 훨씬 편하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작품을 가까이서 봤을 때의 표면이었다. 사진으로 보면 색면이 먼저 보이지만, 실제로는 물감이 쌓이고 긁힌 자국이 선명했다. 화면은 평면인데, 가까이 다가가면 지형처럼 느껴졌다. 산을 풍경으로 그린 것이 아니라, 몸 안에 오래 남은 산의 압력과 기억을 색으로 밀어낸 것 같았다.

 

 

전시장에서 작품을 볼 때는 이런 순서가 괜찮았다.

  • 처음에는 멀리서 전체 색과 구도를 본다
  • 그다음 가까이 다가가 물감의 두께와 선을 본다
  • 다시 뒤로 물러나 산처럼 느껴지는지 확인한다
  • 작품명을 보기 전에 먼저 내 느낌을 정리한다

이 순서가 좋았던 이유는 작품을 맞히려는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유영국의 그림은 “이건 정확히 어떤 산이다”라고 찾기보다, 산을 떠올리게 하는 색의 덩어리와 선의 방향을 따라가는 쪽이 더 잘 맞았다. 특히 검은 선과 어두운 면이 들어간 작품들은 풍경이라기보다 밤, 기억, 고요함처럼 느껴졌다. 밝은 노랑이 큰 면을 차지한 작품은 오히려 더 강한 빛 때문에 한참 바라보게 됐다.

 

 

3. 1층 전시만 보고 나오기 아쉬웠던 이유

이번 방문의 중심은 1층 유영국 전시였지만, 2층과 3층까지 함께 본 것이 좋았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은 한 층만 보고 나오기보다, 건물 전체를 천천히 훑을 때 만족감이 커진다.

1층은 관람객이 많았고 입구부터 붉은 벽면이 시선을 잡았다. 전시장 안은 작품 앞에서 멈춰 서는 사람이 많아 이동 속도가 빠르지 않았다. 인기 있는 작품 앞에서는 사진을 찍는 사람도 있어 조금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공간이 너무 답답하진 않았다. 작품 크기가 크고 색이 강해서, 사람이 많아도 시선이 계속 그림 쪽으로 돌아갔다.

2층과 3층은 1층과 분위기가 달랐다. 같은 건물 안에서도 층이 달라지면 조도, 동선, 전시 밀도가 달라진다. 1층에서 강한 색의 회화를 보고 올라가니 다른 전시의 자료, 설치, 공간 구성이 더 차분하게 느껴졌다. 한 번에 여러 전시를 보면 집중력이 흩어질 수도 있지만, 이날은 오히려 좋았다. 유영국의 강한 색감 뒤에 다른 전시를 보면서 눈이 조금 식는 느낌이 있었다.

 

 

다만 오래 걷는 일정이라는 점은 생각해야 한다. 미술관 안은 시원하지만, 전시를 오래 보면 다리와 허리에 피로가 온다. 혼자 방문한다면 중간에 쉬는 시간을 넣는 게 좋고, 모임으로 간다면 관람 속도가 사람마다 달라진다는 점을 미리 받아들이는 편이 편하다. 아이와 함께 간다면 작품 보호선, 조용한 관람 분위기, 계단과 이동 동선까지 신경 써야 한다.

이날처럼 습한 날에는 전시 자체보다 “전시장까지 가는 길”과 “전시 후 귀가”가 더 힘들 수 있다. 그래서 서울 도심 전시는 욕심내서 일정을 여러 개 붙이기보다, 미술관 하나와 식사 하나 정도로 잡는 게 내 체력에는 맞았다.

 

 

4. 전시 후 맥주 한 잔이 완성한 하루

전시를 잘 보고 나서 시원한 맥주에 안주를 먹으니 하루가 부드럽게 풀렸다. 사실 더운 날 전시를 보러 다녀오면, 작품보다 먼저 몸이 지친다. 그런데 관람이 끝난 뒤 앉아서 시원한 걸 마시는 순간, 그제야 방금 본 장면들이 천천히 떠오른다.

유영국의 그림도 그랬다. 전시장 안에서는 색이 강하게 다가왔고, 밖으로 나온 뒤에는 산이라는 단어가 더 오래 남았다. 붉은 벽, 어두운 전시장, 노란 화면, 거친 물감 표면이 머릿속에서 따로따로 떠올랐다. 좋은 전시는 관람 중에도 좋지만, 끝난 뒤 밥을 먹거나 이동할 때 다시 생각나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전시는 오래 남는 쪽이었다.

 

 

전시 관람모임으로 간 것도 장점이었다. 혼자 보면 내가 꽂힌 작품만 오래 보게 되는데, 다른 사람들과 함께 가면 시선이 달라진다. 누군가는 색을 보고, 누군가는 구도를 보고, 누군가는 작가의 삶을 먼저 본다. 같은 그림을 봐도 감상이 다르다는 점이 전시 모임의 재미다.

다만 모임 뒤풀이까지 하면 귀가 시간이 늦어진다. 서울에 사는 사람에게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부천으로 돌아가는 사람에게는 막차가 현실적인 제한선이 된다. 이 부분은 낭만보다 실전이다. 전시가 아무리 좋아도 마지막 교통편을 놓치면 하루의 기분이 급격히 무거워진다.

 

 

5. 부천으로 돌아가는 막차에서 든 생각

서울 중심부에서 부천까지 돌아오는 길은 1시간이 넘게 걸린다. 특히 늦은 밤에는 선택지가 줄어든다. 나에게는 1호선 부천역으로 가는 막차가 가장 늦은 편이라, 결국 그 노선을 타게 된다.

문제는 부천역에 내린 뒤다. 7호선 신중동역 쪽에 살면 집까지 다시 이동해야 한다. 시간이 애매하면 대중교통 연결이 끊기고, 걸어가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하루 종일 전시를 보고,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맥주까지 마신 뒤 걷는 밤길은 꽤 길게 느껴진다.

그럴 때마다 같은 생각이 든다. 서울 중심부에 살고 싶다. 단순히 편하게 놀고 싶어서만은 아니다. 전시, 공연, 모임, 늦은 식사 같은 것들이 서울 안에서는 조금 더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반면 경기도에 살면 즐거운 하루 뒤에 늘 귀가 계산이 붙는다. 몇 시에 일어나야 하는지, 막차는 어디서 타야 하는지, 마지막에 얼마나 걸어야 하는지까지 생각해야 한다.

 

 

그렇다고 부천 생활이 싫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익숙한 동네로 돌아왔을 때의 안정감도 있다. 다만 서울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늦은 밤에 돌아올 때면, 공간이 삶의 선택지를 얼마나 크게 바꾸는지 실감한다. 전시를 본 하루였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집의 위치와 생활 반경에 대한 생각까지 이어졌다.

 

마치며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의 유영국 전시는 색이 강한 회화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잘 맞고, 추상 작업이 어렵게 느껴지는 사람도 산과 색의 감각으로 접근하면 부담이 덜하다. 다만 전시 자체만 보지 말고 이동 시간, 관람 후 일정, 막차까지 함께 계산해야 하루가 편하다. 특히 부천처럼 서울 도심에서 1시간 이상 걸리는 지역에 산다면, 좋은 전시를 더 오래 즐기기 위해 귀가 동선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준비다.